상원 재무위원장 “韓 FTA이행 미흡”… 美서 “한국만 좋은일 시켜” 지적도
대선주자들도 무역협정에 부정적, 정부 “소수의견… 경제동맹 굳건”
한미 경제동맹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측에서 대(對)한국 무역적자가 늘어나는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양국 합의사항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오린 해치 미국 상원 재무위원장(공화당)은 최근 한국의 한미 FTA 이행이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이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문제와 연계할 방침임을 밝혔다.
해치 위원장은 2일 안호영 주미 대사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약값 결정 과정,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투명성, 법률 서비스 시장 개방, 정부 기관의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 사용, 금융정보 해외 위탁규정 등 5개 항목에서 한국의 이행이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누적되는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에서 비롯됐다. 특히 2012년 3월 한미 FTA 발효 이후 적자 폭이 확대되면서 미국 내 불만은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1년 132억6100만 달러(약 15조5000억 원)였던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는 한미 FTA 발효 이후 계속 늘어나 지난해에는 283억2800만 달러(약 33조1000억 원)를 기록했다. 4년 만에 대한국 무역적자가 2배로 증가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한미 FTA로 한국만 좋은 일을 시켰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해치 위원장은 또 서한에서 “한국 정부가 TPP 가입에 관심을 표명한 것을 안다”며 “지난해 미 의회에서 통과된 무역협상촉진권한(TPA)법에는 미국과 기존에 맺은 무역·투자협정을 준수하는 것이 TPP에 가입시킬지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 FTA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TPP 가입 협상 때 제동을 걸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 대선 주자들이 FTA와 TPP 등 무역협정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잇달아 밝히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민주당 버니 샌더스 후보는 “TPP는 재앙적”이라며 “월가와 대기업이 승리한 것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무역협정 자체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당선되면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3국 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거나 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기류에 대해 산업부는 “미국 내에서도 소수의 극단적인 견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들이 향후 한미 경제동맹에 균열을 가져올 수도 있는 만큼 우호적인 통상환경을 다져 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적잖다. 한국 정부의 세심한 경제동맹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미 FTA에 대한 미국 측의 의견과 TPP 비준 등을 둘러싼 동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한미 경제동맹은 여전히 우호적이며 앞으로도 양국 간 통상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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