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단지성에 대한 찬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집단지성이 예측 불가능성과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현대사회에서 조직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집단이 항상 개인 지성의 총합을 뛰어넘는 천재성을 발휘하며 개인보다 현명한 선택과 결정을 할까.
신간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는 세계가 집단지성을 추구하며 나아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집단 어리석음의 시대로 향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독일 빌레펠트대 수학과 교수를 하다 IBM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한 저자 군터 뒤크는 우리가 빠져 있는 딜레마를 우화 형식으로 들려준다.
은행들은 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입출금 업무를 고객이 직접 처리하게 함으로써 막대한 비용 절감 효과를 봤다. 하지만 고객과 은행 직원 간 대면 기회가 줄어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얻었다. 예전엔 직원이 고객의 통장을 직접 받아 업무를 처리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고객과 상담을 하며 각종 상품을 권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객 대면이 최소화되면서 최근에는 은행들이 전화 판매를 통해 각종 금융상품을 판매하려 시도한다. 그러나 이런 전화는 고객들에게는 귀찮은 ‘스팸’ 전화일 뿐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은행들은 고객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쪽으로 비용을 절감해왔던 셈이다.
뒤크는 달성 불가능한 목표와 만연한 성과주의, 그로 인한 스트레스 등으로 똑똑했던 개인이 도전 의식과 주체성을 잃고 근시안적, 기회주의적인 개인으로 변질되는 현상을 ‘집단 어리석음’이라고 정의한다. 이어 집단이 어리석어지는 이유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통 목표의 부재 △오로지 수치로만 제시되는 과도한 성과 압박 △눈앞의 일부터 해치우고 보자는 직원들의 근시안적 태도 △무조건 인력 활용도를 높이고 봐야 한다는 경영자들의 강박 등이라고 지적한다.
뒤크는 집단지성의 회복을 위해서는 분명하면서도 구체적인 비전이 담긴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집단에 소속된 개인이 저마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주체적으로 일하며 구체적이고 분명한 공동의 목표를 향해 전진해 나가는 ‘자원봉사단체형 경영법’이야말로 이상적 경영법이라는 그의 주장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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