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낚은 윤종규 “1조원 베팅, 지나치지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일 03시 00분


현대증권 인수로 시너지효과 기대감

“세게 베팅했다기보다는 적정한 수준에서 가격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윤종규 KB금융 회장(사진)은 “KB금융그룹의 주주 가치에 도움이 되는 범위에서 가격을 결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한 ‘승자의 저주’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전날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된 KB금융은 1조 원이 넘는 입찰가를 써내 근소한 차이로 한국투자증권을 제치고 현대증권을 품에 안았다. 현대증권의 매각 대상 지분 22.56%의 가치(약 3576억 원·지난달 25일 기준)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저금리 시대에 자산 관리 등에 강점이 있는 증권사의 기업가치가 큰 만큼 앞서 고배를 마셨던 우리투자증권, KDB대우증권 인수전에 비해 공격적인 ‘베팅’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금 마련에 특별한 문제는 없다. 우선 사내 유보금을 활용하고 필요하면 회사채를 발행해 충분히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현대증권의 가장 큰 장점으로 ‘리테일(소매금융)에 강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고객 자산관리(WM)를 강화하려는 KB금융과 궁합이 잘 맞는다”며 “주식 발행 시장에서의 강자인 현대증권과 채권 발행 시장의 강자인 KB투자증권이 결합하면 좋은 기업금융·투자은행(CIB) 모델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특히 금융회사 인수합병(M&A)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인력을 모시는 것”이라며 “(현대증권 직원들을) 최대한 모시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그룹 전체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하겠지만 일부 미세 조정이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통합이 마무리되면 현대증권이 31년 만에 ‘현대’ 간판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회장은 합병 증권사 사명에 대해 “현대증권이 ‘현대’로서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고 현대그룹의 정체성도 크지만 궁극적으로는 KB금융그룹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KB금융 주가는 전날보다 300원(0.94%) 오른 3만2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KB금융은 이르면 이달 안에 현대증권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박희창 ramblas@donga.com·정임수 기자
#현대증권#kb금융지주#인수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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