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한국 증권시장이 60돌을 맞이했다. 사람으로 생각하면 환갑을 맞은 것이다. 요즘이야 의료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길어져 그 의미가 퇴색되었지만, 예전에는 환갑은 동네잔치를 열 정도로 큰 자랑거리이자 축복이었다. 우리 증권시장은 60년이라는 짧지 않은 역사를 거치면서 정부의 적극적 시장 육성 지원,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 확대, 업계 종사자들의 노고에 힘입어 전후(戰後)의 황무지에서 세계적인 시장으로 성장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 자본시장이 수백 년에 걸쳐 오늘날의 모습을 갖춘 것과 비교하면, 우리 자본시장은 역경을 헤치고 이뤄 낸 성공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자본시장이 성취한 압축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초창기 12개던 상장기업은 2000여 개로 늘었고, 시가총액도 1500조 원이나 되는 세계 13위권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하루 평균 60조 원의 금융 투자 상품이 거래되는 자본시장은 기업들에는 산업 자금 조달의 장(場)으로, 국민에게는 자산 운용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며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해 왔다.
하지만 지나간 성공 스토리에 만족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과거 성과에 안주해 시대적 흐름에 가볍게 대처한다면 ‘경적필패(輕敵必敗)’가 현실이 될 수 있다. 더 가치 있는 이상을 품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또 다른 60년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보다는 ‘대응’에 중점을 두고 앞날을 설계해야 한다. 최근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으로 AI나 로봇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눈앞에 다가와 있는 것이다. 물리적 국경과 시간을 초월한 정보기술(IT)의 발달, 전통적인 산업구조 붕괴와 이종 산업 간의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서비스 혁명 등은 앞으로 자본시장에도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변화의 흐름은 국내외 금융시장 여러 부문에서 감지되고 있다. 금융공학적 알고리즘을 이용한 자산 운용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나 금융 속보 등을 다루는 로봇 저널리즘 등은 AI를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금융 정보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상품 개발 및 마케팅 전략, 블록 체인 기반의 시스템 체계 변화 등은 금융시장 인프라를 혁신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급속한 환경 변화를 거스르기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그 흐름에 대응해야만 한다.
우리 자본시장도 제4차 산업혁명의 시기를 맞이해 변화의 소용돌이에 놓여 있다. 인터넷전문 은행 출범과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확산은 금융 업종 간 무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세계 자본시장에서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 자본시장도 새로운 IT와의 융합으로 시작된 패러다임 변화에 혁신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자본시장의 ‘변화에 대한 미래 대응’은 한국거래소의 체제 개편에 의한 플랫폼 전환이 그 첫 신호탄이 될 것이다. 우선 지주회사 전환 및 기업공개(IPO)를 통해 글로벌 선진 시장 도약을 위한 국제 경쟁력 강화와 사업다각화가 필수적이다. 시장 자회사 간 경쟁 체제를 확립해 시장 혁신도 가속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새로 쓸 희망의 60년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원년(元年)이 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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