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직원을 최고로 키워라… 고객이 절로 몰려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4일 03시 00분


미용실 신화 ‘준오헤어’ 인사관리-브랜드 전략

올 1월 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는 미용업체 준오헤어가 주최한 2016년 시무식이 열렸다. 올해로 27년째를 맞은 이 연례행사에는 전국의 준오헤어 109개 점포에서 일하는 직원 2500명 가운데 상당수와 협력업체 및 중국 파트너사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직원들이 직접 출연하는 공연이나 응원전 등도 인상적이었지만 더 눈길을 끈 것은 여느 대기업 행사 못지않게 비장한 분위기의 비전 선포식이었다. 강윤선 준오헤어 대표(56)는 이날 시무식에서 특유의 당찬 목소리로 ‘500년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장기 비전을 이야기했다.

이 업체는 부침이 심하고 단기 실적을 내기에 급급한 미용업계에서 ‘500년 기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글로벌한 꿈을 꾸며 업계 평균(40∼60%) 대비 현격하게 낮은 이직률(10∼15%)을 유지하고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준오헤어의 성장을 뒷받침한 인사관리 및 브랜드 전략을 집중 분석했다. DBR 197호(3월 2호)에 실린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역경은 도전의 자양분

강윤선 준오헤어 대표는 ‘500년 기업’을 꿈꾼다. 그는 “500년을 주장하고 다니다 보니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안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최훈석 기자 oneday@donga.com
강윤선 준오헤어 대표는 ‘500년 기업’을 꿈꾼다. 그는 “500년을 주장하고 다니다 보니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안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최훈석 기자 oneday@donga.com
준오아카데미 내 강의실의 벽면 곳곳에는 ‘넘어지는 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지만 일어나지 않는 것은 너의 잘못이다’ ‘항상 목표를 생각하라. 겨누지 않고 쏜 화살은 빗나간다’ 등 강 대표의 평소 좌우명이 새겨져 있다. 같은 길을 걷는 후배들이 자신만큼이나 독한 마음으로 미래를 꿈꾸게 하기 위해 일부러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한 문구들이다.

강 대표는 가난한 집안의 늦둥이 셋째 딸로 태어났다. 세 살 무렵 입은 전신 화상으로 18차례나 수술하는 등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공부보다는 돈을 벌어야 효도하는 것”이라고 설득하는 아버지에게 보란 듯이 중학교 때부터 스스로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했고 야간에는 학교를 다니고 낮에는 일을 했다.

강 대표는 1982년 서울 성신여대 앞에 ‘준오미용실’이라는 간판을 단 헤어숍을 열었다. 준오헤어 1호점 격인 이 매장에서 처음으로 직원도 채용했다. 이때부터도 그는 ‘직원 수가 많진 않더라도 구멍가게식으로 운영하기는 싫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회의와 교육을 정례화하는 등 업무 체계를 갖추려 애썼다.

이는 궁극적으로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최근에는 미용업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영입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여성들이 생계를 위해 직업으로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미용사 각 개인이 프리랜서처럼 활동하는 미용 업계 관행상 직원들은 조금이라도 더 돈을 벌 수 있는 대안이 나타나면 미련 없이 자리를 옮기려 했다.

강 대표는 “일터가 자부심이 넘치는 공간이 돼야 인재를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때 떠올린 단어는 ‘꿈’. 직원들의 꿈을 실현해 주기 위한 도구로 그는 교육이란 인센티브를 활용했다.

○ 교육 및 브랜드 전략

창업 초기부터 분야별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을 초빙해 직원들을 가르쳤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국내에선 배울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고 생각해 1993년 살던 집을 처분해서 마련한 1억5000만 원을 손에 쥔 채 직원 16명과 함께 두 달간 영국의 비달사순 아카데미로 연수를 떠났다. 만 17세 때 미용 일을 시작해 20년 가까이 모은 전 재산을 아낌없이 교육에 투자한 것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이 정도의 투자가 없으면 차별화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교육의 효과는 컸다. 실전에서 잔뼈가 굵은 직원들은 교육 내용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그 후 그는 체계적으로 미용 인력을 훈련하는 데 주력했다. 업계 최초로 1992년 헤어아카데미를 개설했고, 1994년 프로그램을 좀 더 강화해 철저한 교육 과정을 이수한 직원들만 현장에 투입했다.

지난해 확대 개설한 준오아카데미는 동시에 500명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한국을 ‘헤어 허브’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안고 만든 건물로 중국의 파트너사 등을 통해 위탁 교육 의뢰가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중국 등 해외에 나가 미용 관련 교육을 수행할 강사 양성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이미 입소문이 난 독서 프로그램 역시 교육 효과를 높이는 일등 공신이 됐다. 강 대표는 21년 전부터 매달 전국의 준오헤어 식구들이 읽을 책을 한 권 선정하고, 각 지점 단위로 책에 대해 토론하는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강 대표가 사업 초기부터 독서 경영을 고집한 것은 독서를 통한 소통의 힘을 믿기 때문이기도 했다. 같은 책과 사상을 접하고 공통의 언어로 얘기하게 되면 조직 내 구성원들 간의 소통이 더욱 원활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독서 경영은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준오헤어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5%의 성장을 기록했다. 강 대표는 “헤어디자이너 중 20%가량인 약 200명이 억대의 연 수입을 올리는 것도 독서경영 덕분”이라고 말했다.

준오헤어는 2006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총면적 2640m²(약 800평) 규모의 대형 플래그십 매장 ‘애브뉴준오’을 열었다. 이 매장은 서울 강북에서 출범해 ‘강북의 캐주얼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준오헤어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입히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성공 요인과 시사점

강 대표에게 ‘업(業)의 본질’이 한마디로 뭐냐고 물으면 주저 없이 ‘피플 비즈니스’라고 답한다. ‘직원 최우선의 원칙’을 내세워 고객에 앞서 직원을 생각해야 결국 고객들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간다고 믿는다. 그러나 애정만으로 직원을 붙잡기는 쉽지 않다. 동기 부여를 위한 최고의 당근은 금전적 보상이었다.

고소득 헤어스타일리스트가 늘고, 본사와 투자와 수익을 50 대 50으로 나누는 ‘준오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통해 성과가 좋은 직원들에게 원장이 될 기회를 부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내기들은 자연스레 큰 꿈을 품게 됐다. 기업의 비전과 개인의 비전을 일치시키면서 함께 성장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또 전국적으로 수십 개의 지점을 거느린 미용실 체인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직영 체제를 고집한 것도 서비스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동시에 각 지역에 걸맞은 콘셉트로 서비스를 차별적으로 도입하면서 ‘운영의 묘’를 살렸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홍성태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hongst@hanyang.ac.kr
#준오헤어#미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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