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출범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가 한창인 인터넷전문은행에 돌발 변수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품에 안으면서 ‘카카오뱅크’와 ‘K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양쪽에 발을 담그게 됐고, 카카오뱅크를 이끄는 카카오는 금융업 진출에 제한을 받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 전략이나 지배구조 변경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K뱅크, 주주 변경 불가피”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증권이 보유한 K뱅크의 지분 10%(우선주 포함)는 앞으로 새 주인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에서 KB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의 새 주인이 될 KB금융의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의 지분 10%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이에 따라 의도치 않게 KB금융은 ‘1호 인터넷은행’ 타이틀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카카오뱅크와 K뱅크의 주요 주주가 돼버린 것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 금융지주사의 자회사들이 각각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주로 참여하는 것에 대한 제도적 제약은 없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두 은행의 이해 상충의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현대증권이 K뱅크에서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K뱅크 관계자는 “향후 현대증권 매각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을 보고 현대증권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K뱅크에 참여한 유일한 증권사로, 로보어드바이저(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 등 K뱅크의 자산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또 우선주를 제외하면 보통주 지분이 4%에 불과하지만 현대증권 임원이 K뱅크의 비상근 상임이사로 선임돼 주요 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증권이 중도 하차하면 K뱅크의 사업 전략에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K뱅크의 또 다른 관계자는 “K뱅크의 기존 주주가 현대증권 지분을 인수하기보다는 새로운 증권사가 K뱅크에 참여하는 게 좋다”며 “예비인가를 받은 상황이라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은행법 개정 불발땐 IT기업發 혁신 제동”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것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당장 카카오뱅크 출범에는 지장이 없지만 앞으로 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최대주주가 되지 못하면서 주도적으로 은행 사업을 이끌어 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 은행법은 은산분리 규제에 따라 정보기술(IT) 기업을 비롯한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최대 10%,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4%까지 보유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풀기 위해 은행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은행법 개정안은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안과 같은 당 김용태 의원안 등 두 건이다. 둘 다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의결권 지분 한도를 현행 4%에서 50%까지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하지만 신 의원의 안은 대기업집단을 규제완화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존에 대기업집단으로 선정된 KT는 물론이고 이번에 새로 지정된 카카오도 대주주가 되지 못한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신동우 의원안 대신 김용태 의원안을 정부안으로 추진하되 ‘삼성, 현대자동차 등 10대 그룹은 규제완화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식의 단서를 추가해 야당을 설득할 방침”이라며 “은행법 개정이 불발되면 IT 기업들이 주도권을 갖고 혁신적인 은행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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