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서비스-중고차 조회… 부업 찾기 바쁜 은행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6일 03시 00분


저금리 기조에 이종산업 진출 바람

“은행장이 아니라 마치 정보기술(IT) 기업 사장 같습니다.”

올 2월 유럽지역 투자설명회(IR)에서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에 대해 열띤 홍보를 펼치자 한 외국인 투자자가 던진 농담이다. 은행이 예금, 대출 같은 전통적인 금융서비스를 넘어 메신저 서비스까지 내놨다는 것이 그만큼 인상적이었다는 의미였다.

최근 이종(異種) 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우리은행만이 아니다. 저금리에 수익이 쪼그라들자 신한은행이 온라인 중고차 조회 플랫폼을 구축하고, KB국민은행이 ‘방 구하기’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한 회사와 손을 잡는 등 시중은행들이 금융권 밖에서 새로운 수익원 찾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 메신저에 온라인 쇼핑몰, 중고차 조회 서비스까지

초반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우리은행이 1월 선보인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은 출시 두 달여 만인 3월 27일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위비톡은 ‘펑 메시지’(일정 시간이 지난 뒤 삭제), ‘캡슐메시지’(일정 시간이 지난 뒤 메시지 전송)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데다 모바일 전문은행인 ‘위비뱅크’와 연계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

7월에는 쇼핑몰도 문을 연다. 우리은행과 거래하는 중소 상공인들이 자사 상품을 온라인으로 홍보·판매할 수 있는 모바일 쇼핑몰 ‘위비장터’다. 고정현 우리은행 스마트금융부 본부장은 “기존 온라인 오픈마켓(판매액의 10∼15%)보다 훨씬 저렴한 수수료(6% 안팎)로 물건을 팔 수 있다”며 “위비톡을 통해 실시간으로 판매자와 구매자 간 대화가 이뤄지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위비톡에 ‘자동번역 기능’도 갖출 계획이다. 예컨대 국내 중소기업 사장이 위비톡으로 베트남 거래처에 “대금을 송금했느냐”고 물으면 메시지를 받는 베트남 거래처에서는 번역 버튼을 눌러 베트남어로 해당 메시지를 전송받는 식이다. 위비톡이 무역 기업들을 위한 ‘통역사’ 기능을 맡겠다는 것이다.

2009년부터 자동차대출 상품을 팔아 온 신한은행은 중고차 시장에 손을 뻗쳤다. 이달 초부터 신한은행 홈페이지나 모바일 전문은행 ‘써니뱅크’를 방문하면 본인이 원하는 중고차 매물을 검색할 수 있고 그 자리에서 자동차 구입을 위한 대출 신청까지 할 수 있다.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부동산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국민은행은 누적 다운로드 건수만 600만 건이 넘는 부동산 중개 앱 ‘다방’을 개발한 ‘스테이션3’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민은행은 소비자들이 ‘다방’에서 부동산을 검색할 때 국민은행의 데이터를 활용해 인근 지역 부동산 시세를 보여주고, 대출 신청까지 연계해주는 서비스를 검토 중이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문을 닫은 점포들을 활용해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에 뛰어들었다.

○ “새 먹거리 찾아라”


은행들이 너도나도 부업에 나서는 것은 저금리 기조 때문에 본업에서 내는 수익이 급감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특수은행을 포함한 국내 17개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5000억 원으로 2014년(6조 원)보다 42.6%가 줄었다. 은행들이 돈이 될 만한 영역을 찾아 헤맬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시적인 성과로 연결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은행들의 수익성이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최근 타 업종과의 협력을 통한 수익원 다변화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저금리#메신저#서비스#중고차#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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