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율주행차, 전기차, 무인항공기(드론) 등 미래 교통 기술 경쟁력이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7개국 중 꼴찌로 조사됐다. 세계 각국에서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앞세운 ‘2차 교통혁명’이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은 낡은 정책과 좁은 시장에 안주해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5일 동아일보와 한국교통연구원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교통 분야 주요 7개 나라를 대상으로 ‘정보기술(IT) 융합 자동차’ ‘친환경 자동차’ ‘드론’ ‘자기부상철도’ ‘교통운영 및 정보관리’ 등 5대 미래교통기술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최하위에 머물렀다. 1위를 차지한 미국의 기술력을 100점으로 봤을 때 한국은 44.7점에 머물렀다. 이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내놓은 5대 미래교통기술 분야의 최근 10년간(2005∼2014년) 특허 및 논문 실적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미국에 이어 프랑스(69.4점), 중국(57.2점), 일본(56.5점), 독일(56.0점), 영국(51.8점) 순으로 기술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해외 시장에 진출하던 중국이 ‘미래 교통 3대 강국’에 포함될 정도로 탄탄한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수출 효자산업’인 자동차의 미래 기술력은 하위권에 그쳤다. 자율주행차 등 IT 융합차와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의 기술경쟁력이 각각 조사 대상 7개 국가 중 6위로 조사됐다. 아직은 국가별 우위가 드러나지 않지만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시대에 접어들면 한국 자동차 및 부품산업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품 배송 등 물류와 보안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쓰일 수 있는 드론 기술 경쟁력도 4위를 차지했지만 특허와 논문의 기술경쟁력이 각각 1위인 미국의 40.2%, 57.2%에 그쳤다.
IT를 활용한 실시간 교통정보 서비스 등 교통운영 및 정보관리 분야 기술경쟁력은 특허(2위)와 논문 실적(5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이 분야의 경쟁력을 십분 활용한 ‘한국형 교통서비스 혁신 모델’을 적극 개발하고 해외로 진출하는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창운 교통연구원 원장은 “교통에 AI와 ICT가 결합돼 모빌리티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연구개발(R&D)에 적극 투자하고 변하는 시대에 맞는 정책과 사업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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