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초 설립된 영상기기 제조 업체 ㈜이에스브이는 사업 초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기술보증기금이 이 회사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2014년 말 10억 원을 투자했다. ㈜이에스브이는 기보의 투자를 받은 이듬해에 매출액이 전년 대비 80% 가까이 급증했으며 지난해 말 코스닥에 상장했다. 기보 역시 지난달 말 ㈜이에스브이에 투자했던 지분을 매각해 370%의 수익을 거뒀다.
기보는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기업에 보증을 통해 자금 운영의 숨통을 틔워 주는 정책 금융기관이다. 최근에는 보증을 넘어 해당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등 다양한 지원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보증 연계 투자’는 기보가 보증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기존 보증 금액만큼 직접 투자하는 기술 금융 지원 제도다. 2005년 시행돼 현재까지 150개 기업에 1741억 원을 투자했다. 기보의 보증 연계 투자를 받은 기업 가운데 18곳은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최근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대박’을 터뜨린 영화 제작사 ‘NEW’ 역시 2012년 말 기보로부터 20억 원을 투자받았다. 기보는 2014년 말 NEW가 코스닥에 상장하자 지분을 매각했고, 당초 투자금의 5배에 달하는 92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기보 관계자는 “투자로 거둔 수익은 다른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데 활용돼 투자 선순환 구조를 이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보는 과거 제조업 위주이던 기술 금융의 영역을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문화콘텐츠 금융센터를 신설했다. 기보는 올해 문화콘텐츠 산업에 3000억 원의 신규 보증을 지원할 예정이며 2020년까지 연간 지원 규모를 5000억 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권이나 투자 업계에서 문화콘텐츠에 대한 지원이 적은 이유는 작품성과 흥행 가능성 등을 평가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기보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04년부터 장르별 전문 평가 모형을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기보 측은 “평가 시스템이 안정화된 덕분에 콘텐츠 제작 기업의 신용도나 재무 여건에 얽매이지 않고 우수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보의 기술평가시스템(KTRS)은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1년 유럽연합(EU)의 혁신협력포럼(IPF)에서 모범 사례로 선정됐고, 네덜란드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의 유관 기관들도 기보를 방문해 노하우를 배워 가고 있다. 김기범 기보 국제협력실장은 “기술 금융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특히 개발도상국에 기보의 기술 평가 시스템을 전수해 ‘금융 한류’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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