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격한 경영 환경의 변화 속에 최고경영자(CEO)의 판단 하나가 기업 활동에서 큰 차이를 낳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런 가운데 CEO의 정치적 성향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구현하는 정도와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팀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선정한 1500개 기업 중 CEO의 정치적 성향과 해당 기업의 CSR 활동 자료를 구할 수 있는 기업을 추려 총 249명의 CEO를 대상으로 정치적 성향과 CSR 활동 간의 관계를 연구했다. 연구팀은 각 CEO가 공화당과 민주당에 개인적으로 기부한 기록을 토대로 이들의 정치적 성향을 보수주의(conservatism)와 자유주의(liberalism)로 각각 나눴다. 그리고 각 기업의 CSR 참여도를 측정하기 위해 대표적인 CSR 측정 지수인 KLD지수를 사용했다. KLD지수는 지역사회 관계, 피고용인 관계, 환경 관련 성과, 상품 특징, 여성과 소수민족에 대한 대우, 군사 계약, 알코올 또는 담배 생산, 도박산업 관련, 핵에너지 관련, 인권 관련 논란 대상 분야에의 투자 여부 등을 바탕으로 산출된다.
연구 결과, 자유주의 성향의 CEO가 있는 기업이 보수 성향의 CEO가 있는 기업보다 CSR 성과가 더 좋았다. 또 이러한 경향은 CEO의 권한이 이사회나 소유주보다 상대적으로 클수록 더 강하게 나타났다. 또 자유주의 성향의 CEO가 있는 기업은 수익이 부진할 때에도 CSR지수가 높게 나타났지만, 보수 성향의 CEO가 있는 기업의 경우 수익이 좋을 때에만 CSR지수가 높게 나타났다.
연구는 경영자의 역할이 단지 기업 환경과 맥락을 최적화하는 기술적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오히려 개인의 신념과 가치가 기업의 윤리적 경영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즉, 기업의 CSR 활동은 CEO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외부의 요구와 압력에 부응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내부의 자발적 움직임을 통해 이뤄지기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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