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3’ 주문이 밀려들면서 테슬라 공장을 유치하거나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프랑스 중국 일본 등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공장설립은커녕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에 가까운 법인만 있을 뿐이다.
7일 AFP통신에 따르면 세골렌 루아얄 프랑스 환경에너지 장관은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에게 프랑스에 테슬라 공장을 유치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전달했다. 루아얄 장관은 “올해 말 폐쇄 예정인 페센하임 원자력발전소가 문을 닫으면 그곳에 테슬라 공장을 유치하고 싶다”며 “조만간 테슬라 경영진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중순에는 중국 현지 언론들이 “테슬라 임원들이 쑤저우(蘇州)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생산 공장 설립을 위한 만남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테슬라 임원들은 지난달 13일 쑤저우를 방문했으며 중국에서 보조금 혜택을 받고 부족한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국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앞서 머스크도 언론 인터뷰와 중국 칭화대 강연 등을 통해 유럽과 중국에 공장을 세우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일본 파나소닉은 ‘모델3’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데다 테슬라와 함께 약 50억 달러(약 5조7600억 원)를 투자해 2014년 10월부터 미국 네바다 주에 세계 최대의 리튬이온전지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은 모델3가 공개된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부분 가동을 시작했으며 2020년 완공될 예정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테슬라 효과’를 노리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한국은 소외된 분위기다. 한국에는 LG화학과 삼성SDI 등 세계적인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있지만 테슬라는 파나소닉을 택했다. 그나마 LG디스플레이가 모델3의 내부 디스플레이를 납품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긴 했지만 테슬라와 LG디스플레이 모두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테슬라에 납품하는 국내 업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에 비하면 규모가 현저하게 작다.
테슬라 한국법인도 유명무실하다. 테슬라의 국내 법인인 ‘테슬라 코리아 유한회사’는 지난해 11월 설립됐지만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 빌딩에 다른 업체들과 공용으로 쓰고 있는 사무실 공간만 있을 뿐 근무 인력은 없다. 이곳의 대표는 미국인 테슬라 이사 2명으로 돼 있고 본보 취재 결과 사무실 공간을 빌린 이도 테슬라 홍콩 법인의 부동산 전문가로 알려졌다. 국내 법인에 한국인은 아무도 없는 셈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테슬라의 진출 계획 등을 알아보고자 접촉을 시도해봤지만 허사였다”며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장 한국 기업들이 테슬라와의 협업에서는 소외됐지만 테슬라 열풍이 궁극적으로 전기차 제품 및 시장 개발에 자극을 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은 “한국은 외부 충격이 주어진 후에 관련 산업과 제도가 빠르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며 “모델3에 경각심을 느낀 정부와 기업이 시장을 외국 업체에 내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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