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카센터에서도 수입자동차 정비를 받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지난달 30일,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CARPOS)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날 국토교통부는 ‘자동차제작자등의 자동차정비업자에 대한 기술지도·교육 및 정비 장비·자료 제공에 관한 규정’을 공포·시행한다고 밝혔다. 공식 서비스센터에만 공급됐던 수입차의 정비 매뉴얼과 장비를 일반 정비업체에도 공개하고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수입차 소비자들은 긴 수리 기간과 비싼 정비요금을 감수하며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정비를 받아 왔다. 이런 불편함에 대해 볼멘소리가 나오자 정부가 일반 정비업체도 수입차 정비를 할 수 있도록 아예 법적 근거를 만들어 준 것이다. 업체 간 경쟁을 통해 궁극적으론 수입차 수리비용의 하락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다.
일반 정비업체들이 일제히 환영하고 있지만 동네 카센터에서의 수입차 정비가 당장 현실화되긴 어려워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수입차 업체의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수입차업체 관계자는 “처벌받을 수 있으니 규정을 따르겠다”면서도 “수입차는 국산차와 특색이 다른데 정비 매뉴얼을 준다 한들 일반 정비업자가 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반응을 보였다. “자동자부품은 제조사 직원들이 가장 잘 아는 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요한 수입원이 돼 온 정비 일감을 뺏기고 싶지 않다는 속내도 물론 있었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규정의 취지는 좋지만 과연 동네 카센터에 수입차 정비를 믿고 맡길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만에 하나 일반 정비업체에서 고가의 수입차를 수리받다가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정비업체 규모가 영세하다면 소비자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어차피 모든 동네 카센터가 아니라 경쟁력을 갖춘 곳에서만 수입차를 수리할 것”이라며 “최종적인 선택은 소비자가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려고 만들어진 규정인데 어디에 수리를 맡겨야 가장 좋은지를 두고 오히려 혼란을 줄 수도 있는 셈이다.
규정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정부의 철저한 관리 감독에 달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업체의 반발이 있을 테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정비요금을 낮출 수 있도록 첫 단추를 끼웠다는 점에선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대로 모니터링해 소비자가 정비 선택권을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만약 바뀐 게 없다면 탁상공론이 만든 규정이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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