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한국은행이 발행해 시중에 유통 중인 현금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90조 원을 넘어섰다.
11일 한은에 따르면 2월 말 현재 한은의 화폐 발행잔액(말잔)은 90조7942억 원으로 1월 말(89조6270억 원)보다 1조1672억 원(1.3%) 증가하며 90조 원 선을 돌파했다.
한은의 화폐 발행잔액은 한은이 공급한 화폐에서 환수한 금액을 제외하고 현재 시중에 남아 유통되고 있는 금액을 말한다. 한은의 화폐 발행잔액은 2014년 8월 70조6124억 원으로 70조 원 선을 넘어선데 이어 지난해 2월 80조5022억 원으로 늘어나는 등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 정책이 이어지면서 화폐 공급량이 늘어난 게 주원인이다.
한은이 중소기업 지원과 회사채 시장 정상화를 위해 빌려준 자금 규모도 사상 최대 수준에 달했다. 2월 말 현재 한국은행의 대출금은 18조9204억 원으로 1개월 전보다 488억 원 늘었다. 이로써 한은 대출금은 종전 최대치였던 1992년 9월의 17조6365억 원을 경신해 역대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대규모 화폐 발행에도 실물경제에는 제대로 돈이 돌지 않는 모습이다. 2008년 7월 한때 27.3배까지 상승했던 통화승수는 올해 1월 17.2로 내려앉았다. 통화승수란 한은이 공급한 돈이 금융회사 등을 통해 몇 배로 불어났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통화승수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돈이 잘 돌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가계는 현금보유를 늘리고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있다”며 “돈을 풀어도 좀처럼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유동성의 함정’에 빠질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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