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인치 터치스크린… VR체험존, 21세기형 디지털 동물원 탈바꿈
“세계 최고수준 명소로 만들자”… 이재용 부회장 지시에 통큰 투자
잇따른 계열사 매각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선 삼성그룹이 에버랜드 내 판다 사육장인 ‘판다월드’에는 이례적으로 ‘통 큰’ 투자를 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21일 재개장하는 판다월드 조성에 200억 원이 넘는 금액이 들어갔다. 판다월드는 1994년 한중 수교 2주년을 기념해 판다 한 쌍을 한국에 보내면서 조성됐다. 하지만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과도한 관리비 때문에 판다들이 중국으로 돌아가면서 판다월드도 없어졌다가 18년 만에 다시 문을 여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에버랜드가 최근 호텔 증축이나 놀이기구 추가 개설 계획 등을 모두 접었지만 판다 사육장에는 아낌없이 투자했다”며 “삼성전자와 협업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중국 보아오 포럼에서 “세계적 판다 명소를 만들어 판다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고위 공무원을 비롯한 귀빈들이 자주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과감한 투자를 한 것으로 보인다. 연면적 3300m²(약 1000평), 지상 2층 규모로 만들어진 판다월드는 곳곳에 삼성전자 정보기술(IT) 역량을 접목해 21세기형 디지털 동물원으로 거듭났다.
정원 형태인 대기공간에는 55인치 스마트 터치스크린을 동선별로 설치해 관람객들이 판다에 대한 정보를 직접 볼 수 있게 했다. 스마트폰 판다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도 만들어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판다 영상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판다월드 내부에 들어서면 머리 위로 65인치 SUHD TV 36대를 지름 9m의 원형으로 연결한 ‘360도 웰컴링’이 등장한다. 커브드TV 36대에서 판다 초고화질 애니메이션이 나와 마치 3차원(3D)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났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밀라노 가구 박람회 등에서 전시장을 꾸미는 형태 그대로 설치했다”며 “서라운드 음향효과를 더해 압도적 몰입감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사장까지 이어지는 공간에는 360도 카메라로 촬영한 VR 체험존과 85인치 초대형 UHD 모니터 3대를 통해 눈앞에 판다가 있는 것처럼 즐길 수 있다. 이곳에 들어간 IT 기기만 총 50대다.
판다가 사는 실내외 방사장은 자연채광이 가능하도록 설계해 온도와 습도, 공기 순환에 따라 자동으로 개폐되도록 했다. 더위를 많이 타고 얼음을 좋아하는 판다들을 위해 365일 표면온도 영하 5도 내외를 유지하는 차가운 ‘얼음 바위’도 방사장 한가운데에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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