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제의 신차 2종을 타봤다. 기아자동차의 소형 하이브리드 SUV ‘니로’와 재규어의 중형 세단 ‘XF’의 풀체인지 모델. 니로는 쌍용차 ‘티볼리’와 르노삼성자동차 ‘QM3’, XF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라는 선발주자가 있는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와 ‘영국 감성’이라는 차별성으로 도전장을 냈다. 》
앞만 봤을 때는 호랑이 코 그릴 때문인지 ‘전형적인 기아차’라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옆과 뒤를 보자 꼭 해치백 같으면서도 매끄러운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휠베이스(축거) 2700mm로 실내공간도 넉넉한 편이었다. 게다가 기존에 없던 소형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이라니.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7일 열린 미디어 시승 행사에서 기아자동차가 지난달 출시한 ‘니로’의 노블레스 트림(18인치 타이어)을 타봤다. 관심은 L당 17.1km(18인치 기준)에 이르는 공인복합연비. 그래서인지 시승은 연비를 시험해보는 과정처럼 이뤄졌다.
시동은 조용했다. 가속페달을 천천히 밟으면 ‘웅’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전기모터로 가고 있다는 ‘EV’ 표시가 계기판에 떴다. 그러나 조금만 가속페달을 세게 밟으면 EV가 꺼지면서 동력으로 엔진을 사용하게 된다. 핸들은 무척 가볍게 돌아가 조향이 민감한 편이었다.
가속페달을 세게 밟았다가 잠시 떼 관성 주행을 하면 다시 EV 표시가 들어온다. 기아차 측은 “시속 120km까지 EV 주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니로에는 자동차 스스로 높은 연비를 낼 수 있는 ‘Eco-DAS(Driver Assistance System)’가 탑재돼 하이브리드 배터리와 전기모터 작동을 최적화한다.
연비를 최우선으로 고려했기 때문인지 페달을 밟는 대로 나가는 맛은 확실히 덜하다. 니로의 주행 모드는 에코, 스포츠 두 가지. 기본적으론 에코 모드로 돼 있지만 기어봉을 왼쪽으로 당기면 스포츠 모드로 변한다. 스포츠 모드로 설정해두고 달리자 엔진음이 들리면서 좀 더 힘이 붙은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시속 110∼120km로 올리는 데에는 다소 더딘 느낌이 든다.
주행 중에는 핸들 오른쪽에 있는 ‘Cruise’ 버튼을 눌러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기능도 시험해봤다. 앞 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설정해둔 속도대로 자동 주행하는 기능을 말한다.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두 발을 떼고 운전할 수 있었지만 시속 10km 미만으로 속도가 떨어지자 기능이 해제됐다.
시승 후 나온 연비는 L당 19.9km. 이날 시승에 참여한 기자들의 평균 연비는 L당 23km가 넘어갔다. 거칠게 속력을 몰아붙인 탓에 평균보단 낮았지만 어쨌든 주행 성능보다 연비를 최우선하는 운전자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부드럽고 강한 영국신사의 멋 ▼
재규어의 중형 세단 ‘XF’는 이언 칼럼 디자인 총괄디렉터가 2007년 재규어의 상징이던 4구 헤드램프를 역사 속으로 남겨두고 새로운 패밀리룩을 적용한 첫 차다. 이듬해 국내에 출시된 뒤 8년 만에 나온 ‘올 뉴 XF’는 어떤 변화를 담았을지 특히 관심이 쏠린 모델이었다.
기자는 지난달 30일 전남 여수 일대 330km 구간에서 가솔린 터보 ‘XF 25t 프레스티지’(6490만 원)와 디젤 ‘XF 20d 포트폴리오’(7180만 원)를 시승 및 동승했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힘, 신사적이지만 트렌드에 앞서나가는 영국 감성을 살린 차였다.
디자인은 과감해졌다. 보닛 프런트 엔드(맨 앞부분)는 직전 모델보다 더 수직으로 떨어졌고, 보닛 실루엣은 더 다부졌다. ‘J’ 모양 주간주행등(J블레이드)과 측면 캐릭터라인은 한층 선명해졌다.
차문을 열자 10.2인치 디스플레이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이 디스플레이는 한눈에 모든 기능을 볼 수 있도록 해 직관적이었다. 12.3인치 풀HD(고해상도) 운전석 계기판에 내비게이션을 바로 띄울 수도 있어 운전 중 시야가 분산되지 않았다. 뒷좌석 레그룸이 15mm, 헤드룸이 27mm 높아져 실내공간이 넉넉해졌다. 영국 머리디언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주행 성능은 부드러움이 특징이었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용수철처럼 튀어나가진 않았지만, 묵직하고 부드럽게 속도를 쌓아 올려나가는 느낌이었다. 가솔린 모델은 특히 시속이 200km에 도달해도 힘에 부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고속에서 여유로운 힘을 발휘했다. 가솔린 모델은 고속에서 약간 가볍고 경쾌한 느낌을 줬지만, 디젤 모델은 묵직한 인상을 줬다. 두 차 모두 시속 200km 안팎에서 터널에 진입했는데도 소음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풍절음을 잘 차단했다. 1초 안팎의 터보 래그(가속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엔진 출력이 운전자가 기대하는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의 시간 어긋남)가 있었지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구불구불한 지리산 자락에서는 시속 70∼80km대로 속력을 유지하며 달렸다. 비교적 고속임에도 불구하고 뒷바퀴가 노면과 차체를 꽉 움켜쥐고 신속하게 안정적으로 코너를 빠져나갔다. 코너링에서 브레이크를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토크 벡터링 시스템의 역할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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