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12일 발표한 청년일자리 대책(산학협력 5개년 기본계획)에서 ‘청년 일자리 5만 개’를 만들겠다고 내세웠지만 어떻게 이런 숫자가 나왔는지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우리가 대략 그 정도를 목표로 정해 놓고 하겠다는 것”이라며 “명확한 산정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 교육부엔 ‘너무 쉬운’ 고용 확대
교육부는 대학지주회사와 그 자회사의 고용을 늘려 2020년까지 일자리 3700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학지주회사란 대학이 지주회사를 세워 자회사를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대학은 직접 영리활동을 못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건국대는 ‘건국대 기술지주회사’를 갖고 있고 그 아래에는 동물백신을 연구하는 주식회사 ‘카브’라는 자회사를 갖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에는 36개의 대학지주회사와 그 아래 230개의 자회사가 있다.
교육부는 5년간 지주회사는 60곳으로, 자회사는 440곳으로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어떻게 늘릴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교육부는 회사 설립에 대한 인허가 권한만 있기 때문에 회사 설립은 각 대학의 경영 여건과 의지에 달렸다. 5년간 늘어나는 지주회사가 24개, 자회사가 210개라는 점도 어떻게 산출된 것인지 교육부는 설명하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목표로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일자리를 산출한 계산 방식도 의문이다. 지난해 기준 230개 자회사가 고용한 인원은 1240명. 교육부는 2020년이 되면 자회사는 440개로, 고용인원은 5000명으로 늘 것이라고 계산했다. 자회사는 91% 늘어나는데, 고용인원은 303% 늘어난다는 것. 이는 앞으로 설립될 자회사가 기존 자회사들 인원의 3배를 고용해야만 가능한 결과다.
대학생 창업을 늘려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에도 문제가 있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새로 생긴 대학생 창업기업은 247곳, 고용인원은 292명이다. 교육부는 창업 기업 수와 고용인원이 매년 늘어 2020년이 되면 한 해 1800개 기업이 새로 나타나고 6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으로 5년간 창업으로 생기는 누적 일자리는 총 1만6300개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런 창업 규모와 일자리 수에 대한 근거는 없었다. 교육부의 계획대로 창업이 늘어나려면 각 대학에서 지금보다 약 9배 많은 대학생이 매년 창업에 뛰어들어야 한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창업 규모 산출 근거를 묻자 교육부 관계자는 “중국이나 일본의 유수 대학들은 우리 대학보다 창업을 그 정도 더 많이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그 수준으로 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목표치를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창업은 각 대학과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교육부 차원의 지원금은 없다”고 덧붙였다.
○ “전문적 분석 없는 주먹구구식 통계”
교육부가 발표한 계획 중 일자리 규모가 ‘3만 개’로 가장 큰 ‘기술 이전 및 기업 채용여건 확충’도 계획의 근거가 빈약하다. 교육부는 대학이 기업에 기술을 지원하고, 현장실습이나 고용기회를 제공하는 중소기업 형태의 ‘가족기업’에서 이 정도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전국의 가족기업은 약 6만 곳. 교육부 관계자는 “기업 한 곳당 0.5명 정도만 고용해도 3만 명이라는 숫자가 나온다”며 “우리가 너무 적게 잡은 것이지 결코 어려운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서울의 한 사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기업은 총 560만 곳 정도”라며 “교육부의 논리대로면 일자리 200만 개, 300만 개 창출도 참 쉬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용 연구와 경기 전망에 대한 분석이 전혀 없는 주먹구구식 통계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날 “5년간 총 1조25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지만 사실 이는 청년 일자리와 직접 관련이 없다. 이 돈은 모두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 중 하나인 LINC(산학협력선도대학) 사업에 들어갈 예산이다. 이미 2012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매년 1700억∼2500억 원 정도가 대학에 지원됐고, 올해 사업이 끝나기 때문에 ‘2차 LINC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이야기다.
프라임(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사업)이나 ACE(학부교육선도대학 지원사업)처럼 대학 재정에 지원되는 돈이기 때문에 청년 일자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결국 알맹이 있는 대책은 하나도 없다”며 “경기가 극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이상 교육부의 일자리 계획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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