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프탈산(TPA) 전문 생산업체인 삼남석유화학의 연간 생산 능력은 180만t. 하지만 2012년부터 올 1월까지 총 두 차례에 걸쳐 연간 생산 물량을 120만t으로 줄였다. 과거 수출물량의 50%를 차지하던 중국시장에서 현지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로 판매가 급감한 탓이다. 삼남석유화학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봤다.
TPA는 폴리에스테르섬유, PET병 등의 원료로 쓰이는 범용 화학제품. 중국 현지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대표적인 공급과잉 품목이 되어버렸다.
13일 한국석유화학협회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석유화학업체들이 중국에 수출한 TPA는 32만t으로 2010년(309만t)에 비해 89.6% 감소했다. 수출 물량이 5년 사이에 10분의 1토막으로 급감했다.
● 너도나도 TPA 생산량 줄여
한국의 TPA 수출량은 2010년 365만1000t이 정점이었다. 당시 전체 수출량의 84.6%(309만t)는 세계 최대 수요처인 중국이 차지했다. 하지만 중국이 2012년부터 대규모로 TPA 생산설비를 증설하면서 공급과잉이 시작됐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TPA 자급률은 100%에 육박한다. 한국의 TPA 수출량은 지난해 231만4000t로 줄었다. 이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13.8%로 급락했다.
대(對) 중국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국내 화학사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화종합화학은 TPA 생산량을 연 200만t에서 160만t으로 줄였다. 중국에 수출하는 TPA 물량은 거의 없어진 상태다. SK유화도 한때 TPA를 연 52만t 생산하면서 생산량 60% 가까이를 중국에 수출했던 울산공장의 가동을 2014년부터 중단했다.
일부는 고순도이소프탈산(PIA) 생산라인(연산 50만t)으로 전환했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TPA 60만t을 생산하지만 모두 자체 화학제품 생산용으로 쓰고 있다.
● 중국 업체들이 안방을 넘볼 수도
삼남석유화학과 한화종합화학은 중국시장이 막히자 유럽, 중동 등으로 수출을 확대하면서 사업재편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삼남석유화학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유럽 수출물량이 늘고 있지만 다시 생산라인을 모두 가동하면 또다시 공급과잉이 올 수 있기에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에서는 TPA를 비롯한 범용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중국 발 리스크가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의 전체 석유화학제품 자급률은 2010년 64.9%에서 지난해 80.1%로 높아졌다. 조용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이 화학제품 최대 수요처에서 최대 수출국으로 변하고 있다”며 “중국 자체 생산물량이 넘치면 철강처럼 한국시장에 진출해 국내업체들이 문을 닫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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