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정한 엄연한 ‘대기업’입니다. 그런데 분기 영업이익은 고작 200억 원 수준이고 연매출도 아직 1조 원이 되지 않습니다. 누구냐고요? 바로 ‘카카오’입니다.
이번 주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1∼3월) 카카오의 실적 전망이 화제입니다. ‘어닝쇼크’가 예상되기 때문이지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국내 증권사들의 전망을 토대로 카카오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을 221억 원으로 내다봤습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거의 반 토막에 가까운 45.3%가 급감한 수치지요.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4% 늘어나는 데 그쳐 2401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도 4일 정부는 카카오를 ‘대기업집단’으로 분류했습니다. ‘자산 규모 5조 원’이란 기준에 카카오가 속했기 때문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를 ‘총수 있는 기업’으로 분류했습니다. 연 매출이 1조 원도 안 되는데 대기업 타이틀이 붙고 벤처사업가로 출발한 의장님이 총수라는 호칭으로 불리자 카카오 직원들은 아연실색한 표정입니다. 요즘 카카오 직원들은 “우리, 대기업 다닌다”는 말을 자조적으로 하고 있다고 하네요.
카카오의 자산 총액이 5조 원이 넘는 건 사실입니다. 특히 최근 2조 원에 가까운 로엔엔터테인먼트(음원 사이트 ‘멜론’ 운영)를 인수한 게 덩치를 커 보이게 하는 데 한몫했지요. 하지만 카카오는 여전히 덩치(자산 규모)는 크지만 체력(매출과 수익)은 약한 ‘빅베이비’ 수준입니다. 거의 전 국민이 카카오톡을 쓰는 건 사실이지만 거기서 이렇다 할 큰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고 광고나 게임 수익도 오히려 전보다 못합니다. 카카오 택시를 비롯해 카카오 드라이버, 카카오 뱅크 등 혁신적 서비스를 여럿 선보이고 있지만 이 역시 현재로선 돈이 되기보단 오히려 마케팅 비용 등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이 같은 인터넷 기업의 특성을 헤아리지 못한 채 굴뚝산업 시절 만든 기준과 규제를 그대로 적용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빅베이비 카카오는 앞으로 자산 규모를 줄이지 않는 이상 삼성과 동일한 규제를 받게 됐습니다. 대표적인 규제가 투자제한입니다. 앞으로 대기업인 카카오가 투자하면 그 벤처는 다른 투자가로부터 투자를 받기 어려워집니다. 카카오도, 벤처들도 모두 조심스럽게 됐습니다.
제대로 걷고 뛰어보기도 전에 대기업이란 무게에 눌려 주저앉진 않을지…. 글로벌 인터넷기업이 날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를 바라보는 마음은 복잡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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