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점점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는 동네서점이다. 서점의 유리문 앞에는 버스 정류장 알림판처럼 생긴 간판이 세워져 있어 이곳이 ‘맥심 모카책방’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서점도 알림판도 모두 노란색. 맥심의 색깔이다. 자연스럽고 예쁘다. 화면 오른쪽에는 큼직하게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2가 333-93’이라는 자막이 붙어 있다.
눈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노랑이 아니다. 부드럽고 ‘크리미’하다. 어렸을 때 보았던 동화책의 한 페이지가 떠오른다. 곰돌이 푸우가 빠진 꿀통. 허리까지 꿀통에 잠긴 푸우는 흐뭇한 표정으로 꿀을 떠먹었다. 맥심모카골드의 부드러운 맛을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만드는 세련된 장치이다.
장면은 빠르게 전환된다.
‘따뜻한 [로맨스]’라는 멘트와 자막. 화면에서는 남녀가 앉아있는 흑백사진이 담긴 책이 등장한다. 그 옆에는 예의 노란색 커피 잔이 놓여있다.
‘기분좋은 [여행]’. 지구본과 책이 보인다. 역시 노란색의 머그잔이 있다.
‘봄을 닮은 [시]’. 사각사각 펜으로 글씨를 쓰고 있다. 왼손으로는 책장이 넘어가지 않도록 책을 누르고 있다. 시집으로 보인다. 좋은 시구를 보고, 급히 커피 잔 밑에 깔아 두었던 냅킨에다 손으로 옮겨 쓰고 있는 모양이다.
‘정말이지 커피와 어울리지 않는 책은 없다’라는 멘트는 김우빈이 커피를 마시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사라져가는 책방의 낭만을 커피와 잘 연결시킨 따뜻한 CF이다. 김우빈이 나오지만, 시선은 책과 커피에 머물기 쉽다. 책에서 향기가 난다. 그 향기는 커피와 닮았다. 맡고 있으면 저절로 눈이 감기는 그윽함. 그 그윽함을 따라가다 보면 사랑이 떠오르고, 여행지가 나타나고, 시가 지나간다.
길을 가다 문득 발을 멈추게 만드는 근사한 장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커피 냄새가 가득할 것만 같은 책방. 사실 이 곳은 동서식품이 최근 무료로 개방한 실제 책방이다. 방문자들은 누구나 무료로 맥심 모카골드를 맛보며 비치된 7000권의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보고 있으면 눈보다 코가 먼저 좋아할 만한 CF다. 영상에서 ‘노란색 향기’가 느껴지는 듯한 광고. 잘 만들었다.
실은 이 기사를 쓰고 있는 키보드 옆에도 커피 한 잔이 놓여있다. 그러고 보면 정말이지 커피와 어울리지 않는 기사도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