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만발해 생동감을 주는 계절이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금융과 실물 부문의 개방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 경제의 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 등 대외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위기’ 속에서도 차별화된 제품 개발과 사업 방식으로 기존 시장을 뒤흔드는 글로벌 신흥기업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스마트폰의 샤오미, 드론의 DJI사, 전기자동차의 테슬라 등이 대표적 사례다. 창의적 아이템으로 경제를 선도하는 벤처·창업기업의 육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벤처기업이 3만 개를 웃돌고 벤처 투자액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벤처 창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그러나 창업 후 3∼7년에 도산하는 ‘데스밸리(death valley) 현상’은 여전하다.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금(73.9%), 기술사업화(61.0%) 다음으로 국내 판로 개척의 어려움(59.8%)을 경영상 애로사항으로 호소하고 있다. 여러 차례 기업 현장방문을 통해 느낀 점도 우수한 제품을 개발했음에도 공공기관 납품 실적이 없어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정부도 저성장을 극복할 대안으로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열어 융·복합 신산업, 신기술 육성을 중점 지원하고 있다. 조달청은 창업초기기업의 판로 지원을 위해 3월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실적이 없어 공공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창업초기기업의 공공판로를 지원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110조 원을 웃도는 공공조달시장을 활용한 벤처·창업기업의 육성 방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벤처·창업기업의 조달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9월 개통을 목표로 나라장터 쇼핑몰에 ‘창업초기기업 제품 전용몰’(가칭 벤처나라)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공공기관이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벤처·창업기업의 ‘테스트베드’가 되어 공공판로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주고 조달시장 진입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벤처나라에 등록되는 물품은 납품 실적이 없어 기존 조달제도로는 조달시장 진입이 어려웠던 융합·혁신 기술이 적용된 우수한 제품이다. 대상 기업도 관계기관으로부터 기술성 평가 결과가 우수하다고 평가된 벤처기업,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혁신상품과 조달청 새싹기업 중 우수기술제품으로 추천된 기업이다.
벤처나라 제품은 나라장터를 통해 최소 2만여 개 수요기관에 홍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시스템 구축 시 벤처기업 매출액은 5%대 상승이 기대된다. 이렇게 되면 공공기관이 선도적으로 벤처형 창업기업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민간시장에 해당 물품의 신규 시장을 창출하는 선순환의 파급효과도 예상된다.
4월은 ‘열다(open)’라는 의미의 라틴어 ‘아페리오(aperio)’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식물이 성장을 시작하도록 대지가 문을 열어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조달청에서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벤처나라’가 벤처·창업초기기업의 조달시장 진입을 촉진하고 공공구매 판로를 확대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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