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기업인 카카오는 최근 자산 규모가 5조 원을 넘어서면서 인터넷 기업 최초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상호출자제한그룹(대기업집단)이 됐다. 이는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인터넷 산업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빠르게 변하는 인터넷 산업이 전통적인 규제의 틀 속에 갇혀 자칫 특유의 혁신 동력을 잃어버리는 사건이 될 수도 있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은 상호출자 금지, 순환출자 금지, 계열사에 대한 채무보증 금지, 금융 또는 보험회사의 계열사 보유 주식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다. 대부분 전통적 재벌들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과 불공정 거래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다.
카카오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이 당장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혁신적인 정보통신기술(ICT)과 전통적인 은행산업 간 만남으로 인터넷을 통해 탄생하는 비대면의 은행 서비스가 자칫 초반부터 삐거덕거릴 수 있는 것이다.
기존 규제의 틀을 인터넷 기업에 그대로 대입해 적용시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인터넷 산업의 특성을 감안해 다시 한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카카오뿐만 아니라 다른 벤처기업의 성장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자산이 수백조 원이 넘는 대기업과 5조 원을 갓 넘은 카카오 등을 같은 잣대로 규제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미래의 먹을거리인 새로운 산업을 기존 규제의 틀 속에 넣으려 하지 말고,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자산 규모 5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늘리는 방법, 연결재무제표상의 자산을 기준으로 하는 방법 등이 대안으로 제시될 수도 있다.
인터넷 산업은 최근에 국내외적으로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해 가고 있는 혁신 산업이다. 올해 1분기(1∼3월) 기준으로 구글의 자산 총액은 168조 원, 페이스북 56조 원, 알리바바는 64조 원, 텐센트는 54조 원, 바이두는 17조 원에 이른다. 이 기업들은 본래 분야뿐 아니라 인터넷 산업과 결합해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는 은행, 배송, 상거래, 의료,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과의 결합으로 빠르게 성장해 나가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사업자들도 이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턱없이 작은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아직 이들이 가야 할 길은 멀다. 대기업집단으로의 지정은 갈 길이 먼 한국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모래주머니를 다는 격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인터넷 산업의 변화와 혁신의 속도는 전통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빠른 의사결정,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은 인터넷 기업의 핵심적 성공 요인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지금처럼 빠르게 변하고 산업 간 융합이 가속화하는 세상에서,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추격자의 위치에 있는 국내 인터넷 기업들에 필요한 것은 ‘혁신기업 그룹’ 지정을 통한 규제 완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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