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 건너 포스코 일로 먹고살던 포항… “가는 공장마다 폐업… 2015년 7곳 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8일 03시 00분


[총선 이후! 이제는 경제다]철강 공급과잉속 중국산 저가공세
만들면 재고… 협력사 11% 문닫아… 공장 땅값 40% 내려도 매수자 없어

경북 포항시는 ‘철(鐵)의 도시’다. 48년 전 평범한 어촌 마을이었던 포항은 포스코(옛 포항제철)의 성장과 함께 세계적인 철강도시로 거듭났다. 지역민들의 자부심도 크다. 포항의 택시기사 김현우 씨(52)는 “포항에선 한 집 건너 포스코와 관련된 일을 한다”며 “포스코를 욕하면 결국 내 아버지, 형, 사촌을 욕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화하고 있는 철강경기 부진은 잘나가던 포항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17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강 수출액은 302억 달러(약 34조7300억 원)로 전년 대비 15%나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와 중국의 대규모 설비증강에 따른 철강 공급과잉이 원인이었다.

가장 큰 치명상을 입은 쪽은 지역 협력업체들이다. 2월 말 기준 포항시 남구 포항철강산업단지에 입주한 273개사의 342개 공장 중 39개(11.4%)가 가동을 멈췄다. 이 단지의 2월 한 달간 매출액은 8524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0% 이상 줄어들었다. 이 단지에 입주한 D사의 대표는 “포스코에서 철을 사와 제품을 만들면 어딘가에는 팔아야 하는데 조선업종은 불황이고 중국산 저가 제품 때문에 수출도 막혀 재고만 쌓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평당 100만 원 수준을 유지하던 땅값은 최근 60만 원까지 떨어졌다. 권리금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런데도 공장부지를 사려는 사람이 없다. 팔리지 않는 땅은 속속 법원 경매로 넘어가고 있다.

포항 인근에서 자동차 및 선박에 들어가는 강관을 제련해 납품하는 E사도 어렵게 개척한 수출길이 막혀 막막한 상황이다. 이 회사 대표는 “철강업계가 적절한 구조조정 시기를 놓치면서 일반 구조관 등 단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지역 내 일자리 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포스코 협력사에 근무했던 용접공 김모 씨(48)는 지난해 소속 회사만 7번 바뀌었다. 그가 몸담았던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예 일이 없다. 수중 용접, 양손 용접 등 고급 기술을 가진 그는 한때 월 1000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 김 씨는 “지금은 비숙련공이 받는 수준으로 일당을 내려도 찾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포항=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포스코#포항#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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