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기업들의 배당금 규모가 사상 최대로 나타났다. 주주 친화 정책으로 배당 증가를 선택한 기업이 늘어나면서 올해도 배당 규모가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12월 결산 법인 기준) 중 2015년도 현금 배당을 한 기업은 492개사, 현금 배당액은 19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대였던 2014년도 15조1000억 원보다 4조 원(26%) 증가한 수준이다.
한 종목의 1년 평균 주가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평균 시가배당률이 지난해 1.74%로 집계돼, 사상 처음으로 1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1.698%)을 넘어섰다. 시가배당률이 국고채 수익률을 넘어선 기업은 199개사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2조9198억 원)를 비롯해 2위 한국전력(1조9900억 원), 3위 현대자동차(8108억 원) 등 대기업들이 대규모 배당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에서는 기업들의 주주 친화 정책이 강화되면서 배당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2015년도 배당 기업의 90%가 2년 연속 배당을 했고, 5년 연속 배당을 한 회사도 10곳 중 7곳 이상”이라며 “배당 수익을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 주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올해도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배당소득 증대세제,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배당금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분기별 배당금을 지급하는 포스코를 비롯해 중간배당을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등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업들의 배당 확대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배당주에 주목하는 투자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저금리와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시가배당률은 올해도 국고채 수익률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올해 2월 은행의 신규 취급 저축성 수신 금리가 연 1.58% 정도다. 이에 따라 배당 수익이 채권수익률이나 예금이자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곽병열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올해에는 공기업, 금융사를 중심으로 배당 규모가 늘어날 것이다. 시가배당률이 2%에 가깝게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긍정적으로 보기만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경기 침체를 예상하면서 신규 투자 대신 배당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대경제연구원이 국내 77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60%가 ‘여력과 의지는 있지만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다’고 응답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신규 투자 리스크(위험)를 짊어지는 대신 안정적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배당에 나선 건 그만큼 기업들이 경제 상황을 불안하게 바라본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기업이 배당을 늘리면 향후 사업 확장 등 투자금이 필요할 때 배당 규모를 줄이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와 배당이 동시에 늘어나야 주주들도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배당만 늘어나는 것은 오히려 주주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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