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中 6곳 “임금피크제 도입 못해…신규채용에도 악영향”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4월 21일 11시 05분


올해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정년 60세가 의무화됐지만, 기업 10곳 중 6곳이 임금피크제(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1단계 정년연장 적용대상 기업(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300개를 대상으로 ‘정년 60세 시대의 기업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42.7%에 불과했다고 20일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연공형 임금체계’(호봉제)를 ‘직무·성과급형’으로 개편한 기업도 23.7%에 머물렀다. 임금피크제 도입과 임금체계 개편 둘 다 못했다고 답한 기업은 절반가량인 46.0%에 육박했다.

정년 60세 의무화는 2013년 4월 정년연장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이 통과돼 올해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되고, 내년에는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확대된다.

그러나 기업현장에 맞지 않고 보완규정도 선언에 그친 ‘정년연장조치’는 바로 기업경영의 어려움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정년연장제도의 악영향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67.3%에 달했다. ▲인건비 증가(53.0%)로 이어졌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신규채용 축소 등 인력운용 애로(23.7%) ▲고령근로자 비중 증가에 따른 생산성 저하(21.7%) 등의 순으로 악영향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대한상의 자문위원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정년연장 시행 후 기업들이 임금체계 개편 등 대책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오히려 근로자의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년연장법 통과시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명문화 했지만 선언적 규정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년연장은 청년일자리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설문에 참여한 기업 42.3%는 “정년연장으로 신규채용 축소가 불가피 하다”고 답했다. 올해 정년연장 대상 근로자가 있는 기업의 경우에는 52.0%, 올해에 대상자가 없는 기업의 경우에도 이 비율이 35.6%로 나타났다.

실제로 종업원 수가 500여명인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A사의 인사담당자는 “올해 정년연장 혜택을 받는 근로자가 15명인데 연공형 임금체계(호봉제)여서 비자발적인 인건비 증가요인이 발생했다”면서 “경기도 안 좋은데 정년연장 부담까지 겹쳐 올해는 신입직원을 뽑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석유·화학업체인 중견기업 B사의 인사담당자도 “매년 퇴직 예정인원에 맞춰 신규채용을 해왔고 작년에도 신입직원을 6명 뽑았지만, 올해는 퇴직대상자 6명 모두 정년이 연장돼 신규채용인원을 절반 수준인 3명으로 축소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인석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정년연장이 기업의 신규채용을 위축시킬 것 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고용의 신진대사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구시대적 임금체계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는 일에 정부와 기업, 그리고 노동계가 대승적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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