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국인은 큰 죄책감이나 문제의식 없이 육식을 한다. 일부러 축사나 도살장을 찾아가서, 내가 먹는 고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확인하는 사람은 드물다. 더 나아가 “인간의 육식은 자연의 법칙이다” “고기를 안 먹는 건 위선(僞善)이다”라고 말하며 채식주의자들을 비난하고픈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좋은 뜻으로 채식을 하는 사람을 낮춰 보려는 심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최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와 텍사스주립대 연구진이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은 윤리성 같은 측면에서 우월한 사람을 만나 영감을 받을 때도 있지만 위협을 느낄 때가 더 많다. 자기 자신이 상대적으로 열등한 존재가 돼 버리기 때문이다.
고기를 먹는 사람들의 기분도 이중적이다. 맛있는 고기를 먹고 싶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잔인한 존재로 여겨지게 만들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 가축의 사육 환경과 도축 방법 문제는 생각조차 하려 들지 않는다. 누가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하면 별난 사람이라며 평가절하한다. 자존감을 방어하려는 본능이다.
채식을 전파하려면 상대방의 자존감을 살려줘야 한다. “육식은 끔찍한 행동이야”라고 비판하기보다는 맛있는 채소 요리를 만들어 주면서 “이게 너한테도 좋고 지구에도 좋은 일이야”라고 권하는 편이 낫다. 환경이나 인권 등 다른 윤리적인 이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방법으로 자존감을 높일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평소엔 타인의 윤리적인 행동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이라도, 자기 자신이 자선단체에 돈을 기부하고 난 후에는 남들을 헐뜯지 않는다. 기부 행위로 인해 자존감이 충분히 올라갔기 때문이다.
기업도 이런 점을 유의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상품의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이나 아동 착취, 동물 학대 문제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다만 적극적으로 알아내려고 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 윤리적인 방법으로 상품을 만들었다면 포장지에서부터 눈에 잘 띄게 이런 사실을 광고해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윤리적 자존감을 올릴 기회를 확실히 줘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평가절하 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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