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업계가 본격적인 구조조정 국면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은 다음 주 직원 3000여 명을 정리하고 조직을 통폐합하는 내용을 담은 고강도 구조조정안을 발표한다. 대우조선해양도 ‘상시 구조조정’ 체제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에 들어간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도 자율협약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중공업 고위 관계자는 21일 “회사 사정이 워낙 어렵다 보니 구조조정과 자산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음 주 중대 발표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26일 1분기(1∼3월) 실적 발표를 하고, 다음 날인 27일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등 경영진이 담화문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 4분기(10∼12월)부터 9개 분기 연속 4조8766억 원의 누적적자를 냈다.
현대중공업은 우선 전체 직원(지난해 말 2만7409명)의 10% 이상인 3000여 명을 희망퇴직과 권고사직 등으로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직도 구조조정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진해운, 자율협약 검토… 대우조선, 상시 구조조정 ▼
지난해 1월 사무직 1300명이 희망퇴직한 현대중공업은 6월 인력 구조조정 중단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발주 시장이 얼어붙어 1분기 수주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2.3% 급감하자 인력 구조조정을 다시 추진하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 근로자 수는 영업이익이 최고점을 찍은 2010년 말(2만4222명)보다 13.2% 많다. 또 388개 부서를 100개 정도 정리하고, 휴일근로와 특근(고정 연장근로)을 전면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 마포구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있는 해양·화공·플랜트 설계부서를 이전하는 내용도 고려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상시적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 원 패키지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1만3000명의 직원을 장기적으로 1만 명까지로 줄이겠다”고 밝혔고,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3월 간담회에서 “현재 협력사 직원까지 합해 4만2000명인 근로자 수를 3만 명까지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을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해 한숨을 돌렸다. 지난달 말부터 진행된 자율협약으로 채무 상환도 3개월간 유예됐지만 갈 길은 멀다.
반면 한진해운은 용선료 인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결국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경영권 포기를 포함한 고강도 자구책을 촉구하는 상황을 맞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에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이 해운업에 대한 의지를 점차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 산업은행 산하로 편입될 경우, 산업은행 주도로 사업부문 조정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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