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총선 이후 정국의 핵심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한국은행도 정부와 산업계의 구조조정 노력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부와 국회가 이를 위한 여야정(與野政) 협의체 구성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 권한을 갖고 있는 한은의 지원이 더해지면 산업계 구조조정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지금까지 “구조조정에 중앙은행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9개 시중은행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협의회를 열고 “일부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한 기업실적의 부진에 따라 시중은행들의 수익성과 자선건전성 저하가 우려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 추진될 경우 은행의 경영 여건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이어 “한국은행도 이 과정에서 신용경색이 생기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해서 금융시장 불안 해소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한은은 발권력을 동원해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이날 발언은 이 같은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시장에 ‘위기상황’이 도래하면 중앙은행이 가진 수단을 총동원해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 주목된다.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이 개선돼 금융권의 구조조정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조선 해운 등 취약 업종에 선별적으로 자금 공급을 늘릴 수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 때도 피해업종을 지원했듯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타격이 큰 업종에 대해서도 금융 중개 지원대출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구조조정 이슈가 확산되면서 재계도 분주해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대 국회가 개원하는 다음달 말까지 경제 정책에 대한 건의안을 마련키로 하고 작업에 착수했다. 이 건의안에는 산업 구조조정 및 구조개혁에 관한 재계 의견도 폭넓게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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