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도 ‘용선료 인하’조건 자율협약 맺을듯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3일 03시 00분


조양호 회장, 경영 2년만에 백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은 2014년 제수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으로부터 한진해운 경영권을 인수했다. 한진그룹은 경영권을 인수하기 전인 2013년부터 현재까지 한진해운에 유상증자, 영구채 매입 등을 통해 1조1502억 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경영권 인수 2년 만에 경영권을 내놓았다. 최근 해운운임지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해운업 침체가 장기화되자 조 회장이 백기를 든 것이다.

○ 창립 39년 만에 채권단 손으로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1977년 창업한 한진해운은 1988년 대한선주를 합병하며 국내 1위 선사로 올라섰다. 2002년 조중훈 회장이 타계하면서 형제간 계열 분리를 통해 3남 조수호 회장이 한진해운을 맡았다. 사세를 키우던 한진해운은 2006년 조수호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시련을 겪기 시작했다. 2007년 부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을 맡았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영난에 시달렸고, 2013년엔 한 해 적자가 4123억 원까지 불었다.

결국 이듬해 시숙인 조양호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조양호 회장은 “한진해운이 흑자가 날 때까지 연봉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다행히 한진해운은 2014년 영업이익이 흑자전환(240억 원)했고, 지난해 369억 원 이익을 내며 부활하는 듯했다.

그러나 해운업 장기 침체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진해운은 2013년부터 구조조정과 자산매각 등을 통해 총 2조5812억 원의 자구책을 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진해운은 지난해 말 기준 6조6402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부채비율이 848%로 현대상선(1565%)보다 낮지만 부채는 현대상선(5조5025억 원)보다 많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말 조양호 회장을 직접 만나 경영권 반납 등을 포함한 고강도 자구책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한진칼 대표가 해운업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점도 자율협약 신청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신중한 채권단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채권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 등 강도 높은 자구안을 마련했던 현대상선과 달리 한진해운은 아직까지 실효성 있는 구조조정 계획을 채권단에 내놓지 않았다”며 “구조조정에 대한 충분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면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채권단은 지난달 한진해운이 내놓은 자구계획에 대해 싸늘한 평가를 내린 바 있다. 1조2000억 원 규모의 자금계획안을 내놨지만 기존에 알려진 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 계획이 대부분으로 중장기적인 생존계획은 빠져 있다는 분석이었다. 또 영국 런던 사옥, 상표권 매각 등을 모두 단행해도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총 5000억 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자율협약이 개시된다면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조건부 자율협약 방식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상선처럼 한진해운도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 인하와 사채권 채무 조정에 나선다는 조건하에 자율협약을 맺는다는 얘기다. 용선료를 낮추지 않는 한 채권단의 지원은 결국 해외 선주들 배불리기에 그치기 때문이다. 출자전환 등 본격적인 금융지원은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 채무조정에 성공할 때만 이뤄지게 된다. 지난해 현대상선이 용선료로 쓴 돈은 1조8793억 원, 한진해운은 1조1469억 원이다.

○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상당한 진척

이미 자율협약에 돌입한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은 상당한 진척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용선료 인하 협상이 8분 능선은 넘겼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채권단은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제 해운동맹(얼라이언스)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현대상선이 포함된 ‘G6’ 등에 “용선료 협상이 완료되면 채권단이 정상화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골자의 공식문서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두 국적선사의 자율협약으로 한국이 글로벌 해운업계 재편 흐름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최근 중국 COSCO와 대만 에버그린, 홍콩 OOCL이 세계 3위 해운사 프랑스 CMA CGM과 ‘오션 얼라이언스’라는 신규 동맹을 구축했다. 해운업계가 세계 1, 2위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가 맺은 동맹 ‘2M’ 대 오션 얼라이언스의 2파전으로 정리되는 상황이지만 한국은 이 동맹에서 소외됐다.

한편 21일 한진해운 지분 전량을 처리했다고 공시한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과 그 자녀들이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사실을 미리 알았는지 여부는 논란의 대상이다. 이들이 미공개 정보를 입수하고 매각한 것이라면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 회장의 매각 공시가 나온 시점과 실제 매각 시점, 주가 흐름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장윤정·정민지 기자
#한진해운#용선료#자율협약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