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 모두 법정관리 돌입땐… 변제율 0%… 자금 회수 어려워
최은영 前회장 일가 주식 전량 처분… 부실기업 경영진 도덕적해이 논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됨에 따라 개인 투자자 및 금융회사들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일가가 이미 한진해운 주식을 팔고 떠난 것에 대해 부실기업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해운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국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판매한 채권은 모두 3조 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발행한 공모채와 회사채 신속인수제 차환 발행액은 각각 1조5040억 원과 1조2500억 원 규모다. 두 회사는 사모채를 통해서도 대규모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현대상선은 1500억 원 상당의 영구채와 해외사채를, 한진해운은 1960억 원의 교환사채와 2250만 달러의 해외변동금리부 사채를 각각 팔았다.
이들 채권은 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시중은행, 보험, 자산운용사, 개인투자자 등이 대부분 사들였다. 만일 두 회사가 법정관리로 가게 된다면, 그동안 자구계획으로 자산 대부분을 처분한 만큼 변제율(연체로 인해 채무자 대신에 정부가 빚을 갚아주는 비율)이 0%에 가까워 투자자들은 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게 될 상황에서 최 전 회장 일가가 자율협약 신청을 앞두고 주식을 모두 팔아치운 것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손실 회피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 전 회장 일가의 지분 매각 과정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조사 결과 한진해운 경영진의 불공정거래 의혹이 확인된다면 대주주의 모럴해저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적기에 구조조정을 미뤄 투자자들의 손실을 키우고 국민 세금을 낭비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책임론 역시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기업에 대한 정부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이 투자자와 금융기관의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일반 투자자뿐만 아니라 은행권의 대규모 손실 폭탄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대한 은행들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는 1조7700억 원이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아직 파악되지 않은 시중은행들의 부실 위험도 상당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주요 은행들은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 등 부실 대기업들의 신용위험을 정상 여신 기준인 B등급으로 평가하고 있어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막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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