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법과 원칙이 통하는 노동환경을 소망하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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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봉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 사장
강기봉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 사장
올해 2월 19일 대법원은 “노동법이 정한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결의요건을 갖춰 소속 근로자의 의사결정만으로 독립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금속노조위원장 등이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해당 소송의 직간접적 당사자였던 회사 사장으로서 장장 1901일에 이르는 혼란이 이 땅에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길 간절히 소망한다.

2009년 3월 2일 취임식 후 바로 첫 대면한 지회장으로부터 들은 일성은 강성노조의 실상을 보기에 충분했다. “조합은 신임 대표이사의 부임을 인정할지 말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 말 뒤에 필자는 이런 말 정도를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열심히 하겠다. 모두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으니 많이 도와 달라.”

그해 경험한 회사의 노사관행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특히 완성차업체에 부품을 공급해야 하는 회사의 약점을 악용해 생산라인을 멈추겠다는 위협 하나만으로도 회사는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경영권이 회사 권한이라는 것은 단지 이론일 뿐 실제로는 노조가 좌지우지했다. 결국 연속 적자 및 시계제로의 미래경영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주주는 청산을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회사는 국면 전환을 위해 조합에 경비 업무 등 일부 서비스 직원의 생산라인 재배치를 포함한 원가절감 방안을 제시하며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관행적인 태업과 파업으로 일관했다. 결국 2010년 단행된 99일간의 직장폐쇄 기간에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 조합원들은 ‘조조모(조합원을 위한 조합원들의 모임)’란 조직을 자발적으로 결성했다. 97.5%의 결의로 산별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노조를 탄생시켰다.

새롭게 출범한 기업노조는 ‘최고의 복지는 고용안정이다’라는 기치로 변화를 주도했다. 매년 임금 교섭 때마다 ‘더 내놔라, 더는 안 된다’는 실랑이 대신 ‘성과에 대해 기여한 만큼 가져간다’는 원칙을 ‘당기순이익의 25%를 특별성과상여금으로 지급한다’는 단체협약 조항을 공고히 함으로써 견지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임금은 투쟁을 통해 쟁취하는 것이 아닌 회사 구성원인 직원 모두가 나눈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인구 25만 명의 소도시인 경북 경주시에서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는 제조업을 통해 2014년 기준 법인세 110억 원, 지방세 11억 원을 납부했다. 그러나 800여 명의 우리 직원과 2500여 협력업체 직원의 일자리를 지켜냈다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치였음을 자부한다.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는 제조업 현장에 법과 질서가 지켜지는 한, 그리고 그러한 것을 가능케 하는 제도가 정비된다면 대한민국 제조업 경쟁력의 골든타임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본다.

먼저 노동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행정관청은 우리와 같은 회사가 겪는 생생한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진지한 자세로 편견 없이 경청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노사 간에 발생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일반 사인(私人) 간에 일어나는 불법 행위와 같이 법과 원칙을 엄정하게 적용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치권도 노동 문제를 국가 전체의 경제와 일자리 창출 등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살펴주길 희망한다. 또 노동개혁이란 사안의 시급성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해결을 위한 타협과 결단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 더 늦기 전에….

강기봉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 사장
#노동환경#강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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