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왕딸기” 20일 오후 충남 논산시 부적면의 한 농가에서 충남농업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 김현숙 농업연구사가 신품종(사진 왼쪽)과 설향 품종 딸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논산=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국 딸기는 향이 풍부하고 아주 달아요. 정말 원더풀입니다.”
2월 중순 싱가포르를 방문한 최현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원예원) 연구사(28·여)에게 현지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이렇게 한국산 딸기를 격찬했다. 최 연구사는 국내에서 재배된 딸기를 배로 해외에 실어 나를 때 무르지 않도록 원예원이 개발한 보관기술의 효과를 점검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한국산이 싱가포르 딸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는 기쁜 소식을 듣고 어깨가 절로 으쓱해졌다.
○ 딸기, 수출 주력품목으로 성장
딸기가 한국 농작물 수출의 효자 노릇을 하며 ‘제2의 파프리카’로 떠오르고 있다. 25일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수출 농산물 1위 품목은 파프리카로 지난해에 8515만 달러(약 977억5000만 원)어치가 수출됐다. 2위는 5836만 달러(약 670억 원)어치가 수출된 배. 그 뒤를 3위인 딸기가 맹추격하고 있다. 딸기는 지난해 3401만 달러(약 390억5000만 원)어치가 수출됐다.
2005년에 440만 달러(약 50억5000만 원)에 그쳤던 딸기 수출액은 2008년에 1167만 달러(약 134억 원)로 처음 1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그 후로 계속 규모가 커져 10년 만에 8배 가까운 수준으로 급증했다.
한국산 딸기는 주로 동남아시아에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홍콩(1323t), 싱가포르(1083t), 말레이시아(416t) 등이 주요 수출 대상국이다. 싱가포르의 한국산 딸기 시장점유율은 45%이다. 판매되는 딸기 2개 중 1개가 한국산인 셈이다. 다음은 미국산으로 42%를 차지하고 있다. 김승유 농촌진흥청 딸기수출연구사업단장은 “가장 큰 경쟁 상대인 미국산 딸기가 가격은 싸지만 질감이 퍽퍽하다. 과거에는 일본산 딸기가 인기 있었지만 원전 사고 이후 인기가 급격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 딸기 수출 성공 비결은 품종개발
한국산 딸기는 양은 적어도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수출됐다. 하지만 쉽게 무르는 특성 때문에 전부 냉동 상태로 수출됐다. 냉동딸기는 장식용, 가공용으로 쓰여 값이 싸고 물량도 많지 않았다.
그랬던 딸기 수출이 이후 비약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우수한 국산 품종이 잇달아 개발됐기 때문이다. 10∼15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국내 딸기 농가는 일본산 딸기 품종인 ‘아키히메’와 ‘레드펄’ 품종을 재배했다. 김현숙 충남농업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 농업연구사는 “당시 일본 정부와 농가들이 종자에 대한 로열티 지불을 요구해 한국 농가들에 부담이 됐다”고 설명했다.
첫 국산 딸기 품종은 2002년에 탄생했다. 충남농업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의 김태일 박사가 신품종 개발에 착수한 지 7년 만에 ‘매향’ 품종을 개발한 것이다. 매향을 시작으로 만향, 설향, 금향 등 다양한 국산 품종이 잇달아 등장했다. 특히 2005년 개발된 설향은 국내 딸기 시장점유율이 70%가 넘는다. 국산 품종이 성공을 거두자 더 이상 일본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게 됐다. 게다가 딸기 수출은 날개를 달았다.
신품종 개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일 충남 논산시 논산딸기시험장에서는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왕딸기’를 만날 수 있었다. 성인 남자 손바닥만 한 이 딸기는 당도가 높을 뿐 아니라 복숭아 향이 나는 게 특징이다. 아직 이름이 없어 ‘왕서방’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이 품종은 현재 7개 지역 농가에서 재배되고 있다. 김 농업연구사는 “킹스베리, 자이언트베리 등 어떤 이름을 붙일까 고민 중이며 수출용 딸기 품종도 따로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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