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실 주범 사업 재편 추진… 기업 합치거나 버리는 ‘빅딜’ 대신
사업분야 조정하는 ‘스몰딜’ 가닥… 각자 강점 지닌 쪽으로 특화 유도
정부와 채권단이 조선업계 부실의 주범으로 지목된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 중 그나마 경쟁력을 갖춘 한 곳만 남기는 방식으로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업체들은 해양플랜트에서 손을 떼고 상선이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각자가 강점을 지닌 사업에 특화하도록 유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 3사의 규모가 큰 만큼 기업을 합치거나 버리는 ‘빅딜’이 아니라 개별 사업 분야를 조정하는 ‘스몰딜’로 방향을 잡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지금까지 조선업계 구조조정은 부실기업의 시장 퇴출 여부에만 관심을 가진 탓에 사업구조 재편과 같은 질적 측면은 고려하지 못했다”며 “모든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에 목을 매는 사업구조가 재편되지 않으면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간 국내 조선업체들은 해양플랜트 건설 경험이 적고 기술이 부족한데도 저가 수주 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지난해 빅3의 영업손실 8조 원 중 7조 원가량이 해양플랜트에서 발생했다.
사업 재편은 △금융지원 요건 강화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을 고사(枯死)시키거나 △빅3의 해양플랜트 부문만을 따로 분리한 뒤 통합법인을 만들어 빅3 가운데 한 곳이 이를 인수토록 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금융지원 요건을 엄격하게 하는 사업 재편은 지난해 중소 조선업체 구조조정 과정에서 효과를 봤다.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요건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기술력이 떨어지는데도 가격을 후려쳐 해양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는 일을 막은 것이다. RG는 조선업체가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받기 위해 금융회사에서 받는 보증이다. 금융기관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STX조선, 성동조선해양 등이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철수한 사례도 있다.
한편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 확충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26일 구조조정협의체 회의를 열어 국책은행의 자금조달 방안과 실업대책 등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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