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1조 적자 허덕이던 2년간 최은영, 97억 보수 챙기고 회사 넘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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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대개조 이제는 실행이다]
오너 일가 도덕적 해이 도마에… 금융위 ‘주식 미리 처분’ 조사 착수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사진) 일가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발표를 앞두고 보유하던 한진해운 주식을 모두 처분한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당국은 기업 부실의 책임이 있는 전 최고경영자(CEO)이자 대주주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식의 도덕적 해이를 보였다는 점에서 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최 회장 일가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한진해운 주식을 매각하고 손실을 회피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최 회장과 두 딸은 22일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발표가 나오기 직전인 이달 6일부터 20일까지 18차례에 걸쳐 한진해운 주식 약 97만 주(지분 0.39%)를 30억 원에 모두 팔았다. 한진해운 주가는 자율협약 신청 결정을 발표한 22일 7.3% 하락한 데 이어 25일에도 하한가로 추락했지만 최 회장 일가는 이보다 앞서 주식을 처분하면서 10억 원 이상의 손실을 피한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면 최 회장은 현행법에 따라 최대 100억 원의 벌금 또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최 회장은 또 2014년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회사를 넘기기 전까지 극심한 경영난에도 수십억 원의 보수를 챙겼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최 회장은 한진해운이 1조1000억 원가량의 적자를 낸 2013∼2014년 두 해 동안 보수와 퇴직금 명목으로 97억 원을 받아 갔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역시 현대상선의 경영 상태가 악화되던 2013∼2015년 3년간 현대상선에서 27억 원, 현대엘리베이터에서 46억 원 등 모두 73억 원의 보수를 챙겼다.

최 회장 일가는 한진그룹 계열사 관련 매출 비중이 30%인 ‘싸이버로지텍’으로부터 지난해 5억5000만 원의 배당을 받기도 했다. 싸이버로지텍은 선박 및 터미널 운영 시스템 업체로 최 회장 일가가 지분 27.5%를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 부실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고 말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김지현 기자
#한진해운#최은영#모럴헤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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