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반도체와 휴대전화 기술을 바싹 추격한 중국이 이제 튼실한 중견기업의 기술도 무차별로 사냥하고 있다. 한국 중견기업의 기술을 무단 도용했다거나 기술자들과 기업을 통째로 사들였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 중견기업의 올해 1, 2월 수출액은 140억 달러로 대기업의 20% 수준이다. 이 중견기업들은 특허 출원과 소송으로 중국 기업과 맞서고 있다. 이는 기술 무단 도용에 대한 자구책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중견기업이 ‘특허 기술은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최근 연구조사 결과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2010년 기준으로 태양광패널 사업에 관한 특허를 보면 일본의 샤프는 특허 5000건을 보유하고 있으나 세계시장 점유율이 3%인 데 반하여, 중국기업은 10건의 특허를 보유하고도 시장점유율이 7%였다. 특허 보유건수와 시장점유율은 별로 관계없다는 얘기다.
특허에 대한 기대 수준은 제품의 진화에 따라 변화한다. 특허권 행사로 이익을 거둬들일 수 있는 단계는 초기 개발단계와 양산 개발단계다. 지금 한국 중견기업이 중국과 공방을 벌이는 제품군은 그 단계를 지났다. 제품 주기상 쇠퇴기에 접어들면, 특허로 더이상 급격한 시장점유율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쇠퇴기에는 부가가치 창출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방법이 저가로 제품을 생산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제 가격으로 승부하기에는 벅찬 상대인 중국을 만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일본이나 유럽, 미국 등 수많은 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가격 대신 다른 곳에서 승부처를 찾아야 한다. 디자인과 작동법 이노베이션, 제품 수명의 연장 등이 그런 대책이다. 이러한 수단들이 강구되지 않으면 더이상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특허 전략과 대책은 중견기업이 혼자 마련하기에는 벅차다. 시장 정보가 대기업에 비해 밝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금력이나 인력 등 가용 수단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중견기업 보호에 나서야 한다. 올 1, 2월 수출 실적을 올린 중견기업은 1748곳으로, 전년도에 비해 120곳이나 줄었다. 중국의 파상적인 공세로 더이상 수출길이 막히는 중견기업이 없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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