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국책사업 공사 입찰에 대규모로 담합한 건설사들에 35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주배관 공사 담합으로 지난해에도 수천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던 건설사들은 저장탱크 공사 입찰에서도 조직적인 ‘짬짜미’가 드러나 역대 세 번째로 많은 과징금 ‘철퇴’를 맞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가스공사가 2005~2012년 발주한 경남 통영, 경기 평택, 강원 삼척 LNG 생산기지 저장탱크 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13개 건설사에 과징금 3516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대상은 경남기업, 대림산업, 대우건설, 동아건설산업, 두산중공업, 삼부토건, 삼성물산, 에스케이건설, 지에스건설, 포스코건설, 한양, 한화건설, 현대건설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13개사는 낙찰자를 입찰 전에 정한 뒤 나머지 업체는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했다. 김성환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입찰 참여가 가능한 모든 업체가 담합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LNG 저장탱크 건설에 전문성과 시공실적 등이 요구돼 일부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이들은 경쟁하지 않고도 골고루 수주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셈이다.
이들 13개사는 2005~2006년(1차-5건), 2007년(2차-3건), 2009년(3차-4건) 등 3차례에 걸쳐 12건의 공사 입찰에서 담합했다. 총 계약금액은 3조2269억 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경남기업, 동아건설산업, 삼부토건을 제외한 10개사에 과징금 총 3516억 원을 부과했다. 이번 과징금 규모는 호남고속철 입찰 담합(4355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공정위 역대 담합 사건으로 따져도 패소 건을 제외하면 사실상 역대 세 번째에 해당한다.
앞서 건설사들은 2009년, 2011~2012년 가스공사가 발주한 LNG 주배관 공사 입찰 과정에서도 담합했다가 적발돼 1746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에 2010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부과된 입찰 담합 과징금은 모두 9492억 원이다. 건설사들은 지난해 국내 부동산 반짝 호황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당장 과징금과 손해배상금으로 내놓아야 될 처지에 몰렸다. 가스공사는 “입찰담합으로 입은 피해액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스공사는 앞서 주배관 공사 입찰에 담합한 19개 건설사를 상대로 108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정부에서 언젯적 일까지 들춰볼지 걱정”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업계가 자정 노력을 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다른 회사 직원들과의 식사 자리도 피하는 등 담합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면서 “지금은 ‘옛날 얘기’가 된 담합 건으로 잇달아 과징금을 물게 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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