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현대증권은 TV 가상결혼 예능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은 개그맨 김숙, 윤정수가 등장하는 온라인 광고를 선보였다. 현대증권의 공식 모델은 메이저리거 이대호(시애틀)지만 젊은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모델을 내세워 온라인 전용 광고를 따로 제작한 것이다. 이 광고는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한 달 만에 조회수 1070만 건을 넘겼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모바일 고객을 타깃으로 한 홍보가 필요했다”며 “별도 모델로 온라인 광고를 처음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아 추가 제작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증권계좌 개설이 가능해지면서 증권사들이 모바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스마트폰을 통한 거래 고객이 기존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고객을 넘어서는 등 본격적인 모바일 시대에 들어섰다. 증권사들은 차별화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다채널 마케팅 강화를 통해 ‘손안의 객장 2.0’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 주식 거래 5분의 1, 모바일로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MTS 거래 대금 비중은 2010년 2.5%에서 지난해 19.7%로 늘었다. 25일 현재 21.4%로 올해 MTS 거래 비중이 처음으로 20%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큰 코스닥시장에서는 30%가량이 MTS로 거래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에서는 고객 수 기준으로 MTS의 비중이 HTS를 넘어섰다.
이에 2000년대 중반 등장한 MTS도 최근 진화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주식 거래 기능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추가한 ‘플러스알파(+α)’ 전략으로 MTS 경쟁에 나섰다. 유안타증권은 18일 자사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티레이더’를 적용한 MTS ‘티레이더M’을 내놨다. 티레이더는 알고리즘을 활용해 주식 종목을 추천하고 매매 타이밍을 알려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으로 로그인을 하거나 운세 보기, 골프장 예약 등의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MTS도 있다.
○ 메신저, 주식앱 등으로 마케팅 경쟁
증권사의 모바일 마케팅도 강화되는 추세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달 소셜트레이딩메신저 ‘캔들맨’을 선보였다. 기존 모바일 메신저처럼 사용자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MTS와 연동돼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21일 현재 가입자는 1만5000명으로 이 중 약 5000명이 해당 증권사의 계좌가 없는 준회원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잠재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라며 “앞으로 증권사 간 차별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처럼 온라인 전용 광고를 따로 만드는 곳도 많다. NH투자증권은 올 2월 처음으로 공식 TV 광고와 별도로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출연진이 등장하는 온라인 전용 광고를 시작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한 모바일 마케팅도 이뤄지고 있다. 스마트폰 주식 정보 애플리케이션 ‘카카오증권’에는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 등 증권사 9곳이 주식 정보, 이벤트 안내 등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 간 모바일 경쟁이 소비자의 불편을 키우는 ‘혁신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 간 차별화 경쟁으로 증권 거래 시스템에 너무 많은 기능이 추가되고 있다”며 “복잡하고 불편한 기능을 없애고 기본적인 거래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