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직전에 보유 중인 주식을 미리 처분한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사진)에 대해 금융당국이 압수수색 등의 방법을 동원한 고강도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대기업과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로 수만 명의 피해자를 만든 ‘동양 사태’가 재발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 회장에 대한 조사를 맡고 있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압수수색을 포함한 강제조사권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주가 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를 집중 조사하기 위해 2013년 설치된 자본시장조사단은 검찰,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에서 베테랑을 파견받아 운영되고 있다. 특히 금감원이나 거래소와 달리 자료제출, 출석요구, 압수수색 등 폭넓은 강제조사 권한을 갖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조사를 시작한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의혹을 밝히는 데 필요하다면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의 관건은 최 회장이 이달 6∼20일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 주식을 전량 매각하는 과정에서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사실을 미리 알았는지 여부다. 최 회장이 관련 정보를 넘겨줄 만한 인물과 만나거나 연락한 사실을 밝혀내려면 강제조사가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최 회장의 남편)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에 대한 세금을 내기 위해 주식을 매각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지분을 조금씩 매각해왔는데 마무리되는 시점이 하필 자율협약 신청 직전이었다”고 해명했다.
금융당국이 이번에 전례 없이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서게 된 것은 기업 부실의 책임에 대한 싸늘한 여론 때문이다.
▼ 한진-현대상선 회사채 불완전판매 여부도 조사 ▼
과거에도 경영 악화의 책임을 져야 할 경영진이나 대주주가 오히려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행태를 보여 공분을 산 사례들이 이어져 왔다. 2013년 자금난을 겪던 동양그룹은 회사가 부도날 것을 알면서도 개인투자자 4만여 명에게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불완전 판매해 1조 원이 넘는 피해를 입혔다. 당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사기성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로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을 포함해 저축은행 7곳이 영업정지를 당했을 때도 은행들은 영업정지 전날 마감시간 이후 일부 VIP 고객에게만 1000억 원에 이르는 돈을 인출해줘 예금을 날린 피해자들의 원망을 샀다.
이에 따라 정부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하기 전에 경영진과 대주주의 모럴해저드에 대해 경각심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26일 “앞으로 대주주나 경영진이 도덕적 해이를 보이면 철저히 추적해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공모 회사채가 판매되는 과정에서 과거 동양사태와 같은 불완전 판매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각 증권사들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공모 회사채 보유 잔액과 판매 현황 자료를 요구했다. 금감원 측은 “두 기업의 회사채에 대해 대규모 투자 손실 우려가 나오는 만큼 일반 투자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팔려 나갔는지 현황을 파악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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