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붐비는 ‘일본의 부엌’ 쓰키지(築地) 어시장. 이곳에서 관광객들은 일본의 식문화를 맛보고 구경하고 쇼핑한다. 유명 스시집은 물론이고 조개구이와 계란말이를 파는 가게 앞에는 항상 중국인 관광객들이 긴 줄을 늘어선다.
이처럼 관광객이 늘자 3년 전 시장 측은 휴게소와 관광안내소를 설치했다. 지난달 30일 이곳에서 ‘참치 해체 쇼’를 구경하던 중국인 가족은 “노동절을 이용해 왔다. 일본이란 나라는 볼수록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긴자(銀座)의 저가유통업체 돈키호테. 카트 가득 다양한 물건을 채운 관광객들은 계산대에서 요금을 치른 뒤 10m 거리에 설치된 면세환급 카운터로 직행해 8%의 소비세를 현금으로 돌려받았다. 이곳에서 만난 중국인 인잉 씨(34)는 옷과 화장품, 장난감 등을 카트 한가득 담았다. “일본에는 값싸고도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상품들이 다양해요. 한국에도 여러 번 가봤지만 화장품을 빼면 쇼핑할 게 많지 않았어요.”
돈키호테에서 나와 20m 정도 걸어가면 화장품, 약품을 취급하는 ‘마쓰모토 기요시’가 나온다. 입구부터 ‘면세’란 빨간 글씨를 써 붙였고 절반 이상의 점원은 중국인이었다. 이곳은 아예 계산대에서 면세를 해준다. 5400엔 이상 구매하면 8%, 1만800엔 이상 구매하면 11%, 3만2400엔 이상 구매하면 13%를 깎아준다. 관광객들은 더 많은 할인을 받기 위해 일행이 몰아서 계산하고 포장만 나눠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2015년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역대 최고인 499만 명. 소비액도 1조4000억 엔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40%였다. ‘엔저 효과’가 있지만 비자요건 완화 등 규제완화와 서비스 개선 효과도 적지 않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직접 나서 외국인 여행객 확대를 위한 각종 시책을 쏟아내고 있다. 4월부터는 중국의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百度)가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이 무차별적인 쇼핑에서 온천, 기모노, 다도 등 일본에서만 가능한 체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유의할 만하다. 2015년 4월 개점한 렌털 기모노점 ‘아사쿠사(朝草) 애화복’에는 중국 춘제(春節·중국 설) 기간에 예약이 밀려 남는 옷이 없을 정도다. 식칼, 면도칼로 유명한 ‘가이지루시(具印)’는 지난해 2월부터 외국인을 위한 일본요리 체험교실을 열고 있다.
가이세 히로미(貝瀨弘美) 씨는 최근 중국인 친구 3명의 일본 여행을 안내했다. 이들은 도쿄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주일간 묵으며 일본 문화체험에 흠뻑 빠졌다. 하코네의 온천을 찾고, 옛 골목길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도쿄의 야나카(谷中)에서 다도를 체험했다. 그는 “1인당 1000엔 정도 내고 제대로 된 차실에서 차 만들기를 배웠는데, 친구들 반응이 너무 좋았다. 일본 문화를 더 알고 싶다며 반드시 다시 오겠다고들 했다”고 전했다.
일본 관광청 ‘방일외국인소비동향조사’에 따르면 2015년 4분기(10∼12월) 중국인 방일객 중 40%가 일본을 두 번 이상 방문했다. 또 2015년 중국인 관광객의 1인당 여행지출 중 오락서비스비는 6308엔으로 전년의 2.2배로 증가했다. 여행자의 관심이 ‘물건’에서 ‘체험’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이들을 일회성이 아닌 단골손님으로 만들기 위해 공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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