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조건부 자율협약…7000억원 채무 상환 3개월 유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4일 15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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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진해운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게 됐다.

KDB산업은행을 포함한 7개 금융회사로 구성된 한진해운 채권단은 4일 이같이 결정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3월 29일부터 자율협약을 진행 중인 현대상선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같은 조건으로 공동관리할 예정”이라며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 사채권자들의 채무조정, 해운동맹 유지 중 하나라도 무산되면 자율협약은 자동 종료된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이날 전체 채권금융회사들의 동의를 얻어 한진해운의 금융부채 7000억 원의 상환을 3개월간 유예하기로 했다. 한진해운은 앞으로 3개월 안에 용선료를 깎고 사채를 출자전환하는 등 채무 재조정을 끝내야 한다. 채권단은 필요하면 1개월 더 연장할 방침이라고 밝혀 8월 말까지가 최종 시한이다.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개시로 구조조정의 첫 관문을 통과했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험난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채권단으로부터 추가 자금 지원이 없기 때문에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용선료 협상 등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이달 중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에 나서고 19일에는 사채권자집회를 열어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BW) 358억 원에 대한 조기상환 연기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상선은 20일을 데드라인으로 22개 선주들을 대상으로 용선료 인하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당초 협상에 부정적이었던 몇몇 선주들이 막판에 용선료 인하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선료 인하 협상이 성공하면 현대상선 채권단은 채무의 60% 가량을 출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 배를 빌려준 선주들이 상당수 겹쳐 있어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결과가 한진해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당국은 협상의 최종 타결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4일 언론사 부장단과의 2차 오찬간담회에서 “선주별로 용선료 수준과 남은 기간 등이 다 다른데 100% 동의를 받아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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