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예약주문 40만대… 자동차 패러다임 혁명 불붙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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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전기차 ‘급가속’

“출고는 내년부터입니다.”

실제로 제품을 받으려면 1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데도 사람들은 열광했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모델3’ 이야기다. 올해 3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모델3를 3만5000달러(약 4060만 원)에 팔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전 세계 예약 주문대수가 벌써 40만 대를 넘어섰다.

모델3의 돌풍은 소비자들이 이 차를 ‘살 만한’ 전기차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모델3의 가격은 그 이전 발표한 모델S, 모델X(8433만∼1억5420만 원)에 비하면 반값 이하다. 머스크 CEO는 모델3를 공개하며 ‘지불 가능한 가격(Affordable Price)’을 강조했다. 모델3가 계획대로 생산된다면 한 번 충전에 346km를 갈 수 있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6.0초면 된다.

아직 모델3가 나오기까지는 1년 반이란 시간이 남았다. 한국의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테슬라 모델3 열풍에 지지 않을 만한 전기차를 선보일 채비를 하고 있다.

현재 국내서도 전기차가 판매되고 있지만 아직은 주행거리가 짧은 편이다. 현재 팔리고 있는 차종들은 한 번 충전하고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128∼148km. 자동차 업체들은 주행거리를 넉넉하게 늘리면서도 가격(보조금 포함) 부담이 적은 전기차를 선보이려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전기차는 지금 ‘주행거리 전쟁’ 중

당장 국내 출시가 예정된 전기차는 현대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이다. 다음 달 양산에 들어간다. 곽진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한 번 충전으로 180km를 운행할 수 있어 국내 전기차 중 가장 주행거리가 길다”고 설명했다. 28kWh의 고용량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장착하고 차량을 경량화한 덕분이다.

GM은 1월 열린 ‘CES 2016’에서 ‘쉐보레 볼트 EV’를 최초로 공개했다. 주행거리는 최대 200마일(약 321km), 가격은 3만 달러 선이다. 올해 말 미국에서 양산을 시작한다. BMW는 올여름 94A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300km 주행이 가능한 새로운 ‘i3’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주행거리를 대폭 늘린 모델에 대한 청사진도 나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의 디터 제체 회장은 “주행거리가 500km 이상인 전기차를 2019년까지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은 올해 CES 2016에서 최장 주행거리가 533km에 이르는 콘셉트 전기차 ‘버디(BUDD-e)’를 공개했다.

배터리, 모터 등을 직접 생산하는 중국 업체 비야디(比亞迪·BYD)의 성장세도 무섭다. BYD의 ‘e6 400’은 완충 시 주행거리가 약 400km로 상대적으로 우월하다. BYD는 지난해 6만3000대를 팔아 중국 내 전기차 시장점유율 31%로 1위를 차지했으며, 국내 출시 계획을 조율하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국 전자통신 업체 ‘러에코(LeEco)’는 최근 자체 생산한 전기차 ‘러시(LeSEE)’를 선보였다. 최고 시속은 200km로, 양산이 본격화된다면 테슬라의 막강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전기차 산업 육성하자’ 각국 경쟁도 치열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고,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도 주목받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자동차 산업 육성 및 대기오염 저감 정책의 일환으로 2020년까지 500만 대의 전기차 운영을 지원할 수 있는 충전소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은 전기차 확대와 수소차 시장 선점의 ‘투 트랙’을 달리고 있다. 수소차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도요타, 닛산, 혼다 등의 자국 자동차 업체들과 협력해 각종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도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기차 지원정책 발표 이후 전기차가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테네시, 델라웨어,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전기차 공장을 세우는 회사에 24억 달러(약 2조7840억 원)의 국고를 지원하기로 했다.

신차 시장의 20%를 전기차가 차지하고 있는 노르웨이에서는 전기차에 버스전용차로 이용, 톨게이트 비용 무료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도 인프라, 보조금 강화해야

한국도 2020년까지 친환경차 100만 대 보급을 목표로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등록된 친환경차는 총 18만361대로 전년 대비 28.6% 증가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대부분은 하이브리드차다. 하이브리드차가 17만4620대인 데 비해 전기차는 5712대에 그친다. 수소연료전지차는 29대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전기차 등 친환경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보조금 확대와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으로 국내 판매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국내에는 337개의 급속충전기가 운영되고 있다. 차량 1대당 충전기는 0.06개 수준인 셈이다. 환경부는 2020년까지 급속충전기를 1400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0년까지 전기차 1대당 1기의 충전 인프라를 확보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계획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무료로 제공했던 전기차 급속충전기 사용료도 정부가 지난달부터 kWh당 313.1원씩 부과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기존의 1500만 원이던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도 올 들어 1200만 원으로 깎였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별 보조금은 아예 없는 지역부터 최대 800만 원을 주는 지역(전남 순천)까지 나뉘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충전 유료화를 시작했지만 전기차 저변을 확대하는 데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전기차 보급에 좀 더 세심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 친환경차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 등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대기오염 물질이나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고 연료소비효율이 우수한 자동차.

친환경차의 종류


○ 하이브리드차(HEV·Hybrid Electric Vehicle): 내연기관(엔진)과 전기모터, 두 종류의 동력을 조합·구동해 기존 내연기관보다 고연비, 고효율을 실현한 자동차.

○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 하이브리드차 중에서 외부 전기 공급원으로부터 충전받은 전기에너지로 구동이 가능한 자동차.

○ 전기차(EV·Electric Vehicle): 고전압 배터리로부터 전기에너지를 전기모터로 공급해 차량에 구동력을 발생시킴으로써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자동차.

○ 수소연료전지차(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 연료전지 스택에서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얻은 후 생산된 전기로 모터를 움직여 주행하는 자동차.

자료: 환경부

박은서 clue@donga.com·정민지 기자
#테슬라#전기차#친환경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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