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를 준다면 한 끼를 먹을 것이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준다면 평생을 먹을 것이다.”
탈무드에 나오는 유명한 격언이다.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기보다는 스스로 해결하고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돈으로 삶을 영위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고기 잡는 법’을 재해석한다면 경제교육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경제교육은 좁게는 금융기관 및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고, 넓은 의미에서는 경제활동을 위한 직업의식을 갖게 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선진국은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청소년 경제교육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은 청소년 경제교육을 국가전략과제로 채택해 대통령 직속 경제교육자문위원회를 만들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주에서 금융을 의무교육 과정에 포함시켰다. 영국에서는 11∼16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금융을 의무교육으로 가르치고 있다. 호주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청소년에게 금융교육을 의무화했다. 선진국의 청소년 금융교육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한국 역시 최근 들어 청소년에 대한 금융교육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융감독원이 추진하는 ‘1사 1교 금융교육’을 통해 금융사와 일선 학교가 자매결연을 하고 있다. 2795개 학교와 2190개 금융사가 결연을 해 경제교육이 진행됐고, 현재 추가로 금융사와 학교를 모집하고 있다. 또 최근 은행연합회 등 6개 금융협회가 모여 청소년 금융체험단을 발족하기도 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청소년 금융교육이 개선되고 있지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상대적으로 경제활동에서 소외된 시각장애인이다.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달리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경제·금융을 접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체계적인 금융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시각장애인 지원 기관이 보유한 오디오 콘텐츠 가운데 경제와 금융 분야는 1%도 되지 않는다. 맹학교 교육과정에도 경제교육은 거의 편성돼 있지 않다.
SC제일은행이 진행하고 있는 시각장애 청소년을 위한 목소리 기부캠페인 ‘착한 도서관 프로젝트’는 이 같은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경제라는 다소 딱딱하고 어려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1만5000명이 넘는 많은 시민이 목소리 기부자 선발을 위한 오디션에 참가해 금융용어 450종의 ‘녹음 봉사’를 했다.
물론 이번에 개발한 금융용어 해설 콘텐츠만으로 시각장애 청소년의 금융교육 여건이 단번에 좋아지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이 사회에 시각장애인 금융교육을 기꺼이 도우려는 손길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기업과 국가기관이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면 시각장애 청소년에게 체계적인 금융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가 더 많이 생산될 수 있을 것이다.
시각장애는 단지 감각장애일 뿐이며 이들의 사고나 지식은 비장애인과 동일하다. 시각장애인도 어려서부터 경제활동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직업의식을 가질 수 있다면 그들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그들에게 자본주의 시대의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은 한국 금융사와 국민이 힘을 모아 함께 해 나가야 할 몫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