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금융상품을 한 바구니에 담아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어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대부분 가입금액이 1만 원 이하인 ‘깡통계좌’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ISA 금융사 가입금액별 계좌 현황 자료’에 따르면 ISA가 출시된 이후 한 달 동안 은행권에서 개설된 ISA는 일임형과 신탁형을 합해 136만2827개였다. 총 가입금액은 약 6312억 원으로 계좌당 평균 가입액은 46만3000원이었다.
ISA 출시 한 달 만에 가입자가 100만 명을 넘었지만 가입액이 1만 원 이하인 계좌가 101만3663개로 전체의 74.3%를 차지했다. 은행에서 개설된 전체 ISA 4개 중 3개는 사실상 투자 목적이 아닌 ‘깡통계좌’인 셈이다. 특히 일부 시중은행들이 최소 가입액을 1원으로 설정한 탓에 1000원 이하인 계좌도 13만5513개(10.0%)에 달했다.
가입액이 1000만 원이 넘는 계좌는 1.6%에 그쳤다. 1000만 원 초과 계좌는 계좌당 평균 가입액이 1840만 원이었다. 이들의 총 가입액이 은행권 전체 ISA 가입액의 절반이 넘는 64.4%를 나타내 쏠림 현상이 심했다.
증권업계는 평균 가입액이 은행권보다 컸지만 깡통계좌도 적지 않았다. 증권사에서 개설된 ISA는 14만2830개, 가입액은 약 3878억 원이었다. 계좌당 평균 가입액이 271만4000원으로 은행의 5.9배나 됐다. 그러나 1만 원 이하 계좌가 36.4%, 1000원 이하 계좌도 12.6%로 집계됐다.
ISA가 국민들의 재산 증식을 돕겠다는 취지를 벗어나 금융회사들의 실적 경쟁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깡통계좌’의 양산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NH농협은행은 ISA 출시 첫날인 3월 14일 하루에만 약 15만 명에게 ISA를 팔았다고 신고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실제 투자 목적보다는 일단 개설하는 데 의의를 둔 고객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다만 앞으로 금융사별로 수익률 비교가 가능해지면 본격적인 투자 수요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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