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에도 성별이 있을까? 우리가 담배 브랜드 ‘말버러’를 남성적이라고 인식하는 이유는 담배의 주 소비자가 남성이라서만은 아니다. 광고를 통해 노출된 카우보이 등 ‘마초’ 이미지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인식된 특정 브랜드에 대한 인간적 특성을 ‘브랜드 개성(brand personality)’이라 부른다. 특히 성별은 브랜드의 개성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특성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브랜드의 성별은 기업의 마케팅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스위스 장크트갈렌대 연구진은 20개의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10개국 소비자들의 인식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각 브랜드에 대해 ‘모험적’ ‘공격적’ ‘용감함’ ‘대담성’ 등의 남성적 단어와 ‘부드러움’ ‘달콤함’ ‘예민함’ 등의 여성적 단어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동의 여부로 브랜드 성별을 측정했다. 그리고 이렇게 도출된 브랜드 성별이 브랜드 자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양성적 브랜드가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으로만 느껴지는 브랜드보다 브랜드 자산 측면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성과 여성성을 모두 갖추지 못한 무성(無性) 브랜드는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국가별로 보면 남성적 브랜드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국가, 여성적 브랜드는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국가의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자산과 관련해 각각 긍정적 인식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주의 문화에서 중시하는 상호의존성, 관계지향성과 같은 가치는 여성성과 연관성이 높았고, 개인주의 문화에서 중시하는 독립성, 경쟁, 자유 등의 가치는 남성성과 높은 상관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편 본 연구에서 디즈니는 10개국 중 4개국에서는 여성적, 나머지 6개국에서는 양성적 브랜드로 나타났다. 애플은 5개국에서 남성적, 나머지 5개국에서는 중성적 브랜드로 인식됐다. 디즈니와 애플은 각기 여성적, 또는 남성적 브랜드로 출발했으나 마케팅 활동을 통해 다른 성별 특성을 보완했다. 인간도 성 역할에 따른 고정관념을 깨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브랜드도 성별을 알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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