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웅섭 금융감독원장(사진)이 12일 주요 시중은행장을 만나 현재 대기업그룹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주채무계열 재무구조 평가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재무 상태가 부실해 채권단의 집중관리를 받게 될 대기업 수가 평소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진 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이경섭 NH농협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만나 구조조정 현안을 논의했다. 이들 은행은 시중은행 중 상대적으로 조선, 해운 등의 대기업 여신이 많은 곳이다.
진 원장은 간담회에서 “해운 조선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 5대 취약업종에 속하는 기업들의 위험 요인을 잘 살펴서 주채무계열 평가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현재 신용공여액이 일정 기준(지난해 말 기준 1조3581억 원) 이상인 39개 대기업그룹(계열사 4443곳)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해 채권은행들과 재무구조 평가를 하고 있다. 평가에서 재무구조가 취약하거나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으로 분류되면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채권단의 중점 관리를 받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말 평가를 끝낼 방침이었지만 약정 체결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속하고 엄중한 평가를 주문한 만큼 이달 중순에 평가를 끝내고 이달 말경 약정을 체결할 계획”이라며 “예년보다 약정을 맺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41개 주채무계열 중 11곳이 약정을 맺었다.
또 진 원장은 조선 해운업 등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기업들의 자구계획이 신속하게 실행될 수 있도록 채권은행들이 책임감을 갖고 챙겨봐 달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부실 자산을 빨리 털어내고 경기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체력을 비축해 달라는 주문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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