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바나나 모양 용기에 든 핸드크림(6.95유로), 판다 얼굴 모양 용기에 들어 있는 다크서클 완화 제품(10.90유로·사진)…. 국내 화장품 브랜드 ‘토니모리’가 화장품 종주국인 프랑스의 파리 한복판에서 한류(韓流)와 K뷰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13일 오후 2시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화장품 전문매장 ‘세포라’. 샤넬과 랑콤 등 글로벌 명품 화장품만 전문으로 파는 이 매장에 ‘토니모리’ 제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한국의 20, 30대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토니모리가 유럽 14개국 825개 세포라 매장에 진출한 것이다. 토니모리는 파리 세포라 매장에 이달 초 입점했다.
매장을 찾은 프랑스 여성 고객들은 발랄한 디자인의 용기에 담긴 화장품에 호기심을 보였다. 판다 모양 용기의 아이크림을 손에 쥔 고교생 마틸드 양(16)은 “너무 귀엽다. K팝을 좋아하는 팬이어서 한국 연예인들의 화장법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한국 마스크 팩을 체험한 마루앙 엔조 씨(25)는 “유럽인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피부를 거의 관리하지 않는 편인데, 한국에선 남성들도 ‘1일 1팩’을 한다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며 “한국 배우들의 빛나는 피부관리법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세포라는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그룹이 운영하는 세계적인 화장품 전문 편집숍이다.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토니모리는 이미 중국, 미국, 러시아 시장에 진출했고 2년간의 준비를 거쳐 이번에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유럽에 진출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총 825개 세포라 매장에 처음 발주한 양이 100만 개 이상(약 100억 원)인 대규모 입점이다.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은 1994년 화장품 용기 전문제조업체인 태성산업을 세워 톡톡 튀는 용기들을 선보였고, 2006년 토니모리를 세운 후에는 바나나 모양 용기에 담은 ‘매직푸드 바나나 슬리핑팩’ 등으로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 연 매출은 2199억 원이었다.
릴리안 비노 세포라 유럽 부사장은 “그동안 세포라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은 4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딱딱하고 무거운 느낌의 제품이 많았다”면서 “‘톡톡 튀는’ 토니모리 제품 덕택에 20대 젊은 고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가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할 정도로 한국은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는 유럽 최대 K뷰티 수입시장이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화장품의 프랑스 수출액은 1641만 유로(약 218억 원)로 전년(900만 유로)의 갑절에 육박했다.
이날 행사는 K팝으로 시작된 프랑스의 한류가 K뷰티로 이어지는 모습을 확인했다. K팝 걸그룹인 ‘밍스’ 멤버들이 등장하자 프랑스 손님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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