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계가 2010년 전후로 적극적으로 내세웠던 ‘클린 디젤’ 홍보 문구입니다. 하지만 어느새 이런 홍보는 잠잠해졌습니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경유차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이 지목되고 정부가 규제 강화를 논의하면서 경유의 입지는 더 좁아지고 있습니다.
정유업계는 디젤차 논란의 당사자가 아닌 만큼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꺼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억울해하는 분위기입니다.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원인인 것은 맞지만 주범으로 모는 것은 과하다는 겁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내놓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산정 결과(2012년)’를 보면 미세먼지 배출 비중은 ‘제조업 연소’가 65%로 가장 많습니다. 경유, 휘발유,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이 포함되는 ‘도로 이동 오염원(자동차)’은 11%입니다. 초미세먼지(PM2.5) 역시 제조업 연소(52%)가 가장 많습니다. 도로 이동 오염원은 16%를 차지합니다.
최근 10년간(2003∼2012년) 미세먼지 배출량을 봐도 제조업 연소는 5배가량 늘어난 반면 도로 이동 오염원은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정유업계가 “정확한 진단을 먼저 한 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정유업계의 불편한 속내에는 줄어드는 입지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 있습니다. 국내 경유 판매의 77%(지난해 기준)는 수송용(차량)으로 쓰입니다. 장기적으로 경유의 내수 판매가 줄어들면 여분은 수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해외 시장은 외부 변수에 따라 들쭉날쭉해 수익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LPG업계는 이번 기회에 ‘미세먼지 배출량이 거의 없고 질소산화물 배출량도 경유차의 30분의 1에 불과한’ LPG차의 친환경성이 부각될 수 있다며 반기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국내에서 LPG차는 택시, 렌터카, 장애인 차량 등 일부에 한해 허용되는 ‘규제’에 묶여 등록대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이번 계기를 통해 ‘반전’을 기대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LPG차도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이 배출된다”고 반박합니다.
이번 디젤차 사태가 ‘진짜 클린에너지’를 둘러싼 논의와 사용을 촉진하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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