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생산직 첫 희망퇴직… “오일뱅크 상장후 지분 매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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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조선 3사 자구안 내용은

현대중공업이 이르면 20일부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생산직 대상 희망퇴직을 받는다. 2012년과 지난해 있었던 희망퇴직은 사무직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르면 20일 생산기술직(생산직) 기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한다. 기장급은 사무직으로 치면 과장급이다. 현재 현대중공업에는 기장급 직원 약 2000명, 기감급(차장급) 직원 13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9∼20일 사무직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중공업 직원 수는 2만7409명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낸 2010년(2만4222명)보다 3187명(13.2%)이 많다.

은행권 및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달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제출한 자구안에 ‘현대오일뱅크 조건부 매각’안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돈 되는 자산은 다 판다’는 전제로 자구안을 진행하되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경우 현대오일뱅크를 상장한 뒤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팔겠다는 내용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현대미포조선 자회사와 손자회사인 하이투자증권과 하이자산운용, 벡스코 보유 지분(7.96%) 등의 매각 내용도 담았다.

비핵심 사업 매각 계획도 자구안에 포함됐다. 현대중공업은 건설장비부문의 지게차사업부, 그린에너지부문의 태양광사업부를 분사한 뒤 매각하는 방안과 로봇사업부 분사 계획을 자구안에 담았다.

삼성중공업이 17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제출한 자구안에는 ‘임원부터 임금을 삭감하고, 중간간부와 사원들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를 거쳐 임금을 동결 및 삭감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플로팅 독(해상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구조물) 5개 중 일부를 매각하는 계획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퇴직, 사원 기숙사 등 부동산과 주식 매각을 통한 자금 2200억 원 조달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곧 삼성중공업에 자구안 보완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지만 사실상 그룹 차원의 지원책을 가져오라는 메시지라는 것이 시장의 해석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의 위기의식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삼성중공업의 상황이 악화되면 그룹이 나서겠다’는 식의 확실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스트레스 테스트(재무안전성 평가) 결과에 따라 추가 인력 감축, 자산 매각 등 강력한 자구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구조조정이 한창인 와중에 방위사업청이 11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강남 등 함정을 건조하는 조선소 5곳에 “구조조정 과정 중 인력 감축 및 부서 축소 조정 등으로 인한 계약조건(인원 조정 시 사업팀 승인) 위반 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고 전달한 공문 내용이 19일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가운데 방사청이 제동을 거는 모양새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조선업계 9개사 노조의 연합체인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 구조조정과 조선소 인위적 매각, 합병을 즉각 중단하고 총고용을 보장하라”며 “현대중공업 대주주(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는 사재를 환원하고 정부는 금속노조, 조선노연과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주장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장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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