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오모 씨(38)는 최근 아내와 함께 결혼 이후 처음으로 금융상품 리모델링에 나섰다. 오 씨는 결혼 전 각자 가입한 상품 중 중복되는 것을 정리하는 대신 어린 자녀를 위해 사망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월 보험료가 10만 원이 넘는 종신보험은 부담이 커 선뜻 가입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인에게 보험료가 저렴한 정기보험을 소개받고 곧장 계약했다. 오 씨는 “보장 기간이 다소 짧지만 보험료가 월 5만 원 미만으로 저렴한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보험료가 싸면서도 실속을 챙길 수 있는 정기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정기보험은 정해 놓은 기간 내에 사망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경제 활동기라고 할 수 있는 60세 또는 65세까지만 사망과 중대 질병에 대해 보장을 받는다. 보장기간이 짧은 만큼 보험료는 저렴해 금전적 부담으로 인해 종신보험 가입을 망설였던 중년 가장들에게 인기가 높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에 따르면 35세 남성이 60세까지 사망보험금 1억 원을 보장받는 정기보험에 가입하면 한 달 보험료가 2만 원 수준(25년 만기, 전기납)이다. 같은 조건으로 평생 보장을 받는 종신보험의 보험료는 12만 원이 넘어 월 10만 원가량 차이가 난다. 김성수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상무는 “자녀 양육에 돈이 필요한 시기까지는 정기보험으로 저렴하게 보장받고, 만기 이후에는 연금 상품을 별도로 가입하는 게 더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온라인 보험 슈퍼마켓 ‘보험다모아’ 등이 나오면서 인터넷을 통한 상품 비교와 가입이 쉬워진 점도 정기보험이 인기를 끄는 비결 중 하나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보험업계가 설계사 위주의 영업을 하다 보니 수수료가 낮은 정기보험을 판매하기 꺼려했다”면서 “최근에는 인터넷 전문 보험사가 생기고 다이렉트보험 상품들도 많아져 정기보험도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생명보험사들도 다양한 형태의 정기보험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올해 초 건강보장을 대폭 강화한 ‘건강정기보험’을 선보였다. 사망만 보장하던 기존 정기보험과 달리 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증 등 주요 질병에 걸렸을 때 사망보험금을 미리 지급해 치료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약에 가입하면 여러 질병에 대해 최대 6번까지 진단금을 미리 지급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e정기보험’은 비갱신형 상품으로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담이 없다. 또 만기 시 환급금이 없는 순수보장형부터 50%, 100%까지 만기환급률을 고객이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또 담배를 피우지 않거나 금연에 성공한 고객에게는 최대 18%까지 보험료를 할인해준다. 인터넷에서만 가입 가능한 상품으로 복잡한 특약은 없애고 사망 보장에 집중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한화생명은 상속재원 마련에 관심이 많은 고객들을 위해 ‘경영인 정기보험’을 내놨다. 은퇴 시기가 비교적 늦은 최고경영자(CEO)와 전문직 종사자 등의 특성을 고려해 가입 연령은 75세까지, 보장기간은 90세까지로 늘렸다. 가입할 때 선택한 일정 나이가 넘어서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사망보험금이 최대 2배까지 증가하는 체증형 상품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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