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외청장 모두 非기재부 출신… 26년만에 처음
최경환 장관시절 인사독점… 타부처 원성 사기도
천홍욱 전 관세청 차장이 23일 관세청장에 임명되면서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등 기획재정부 ‘4대 외청’이 모두 비(非)기재부 출신 수장으로 채워졌습니다. 이는 4대 외청체제가 만들어진 1990년 이후 처음입니다.
이전까지 내부 출신이 독점했던 국세청장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은 대체로 기재부 출신들이 차지했습니다. 그 결과 관세청장은 기재부 세제실장이, 조달청장은 기재부 재정관리관의 몫이라는 인식마저 생겼고 박근혜 정부 초반까지 이런 기조는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기류가 크게 바뀐 셈입니다.
관가에선 기재부의 인사 독점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기재부 출신들이 대거 장차관으로 발탁되면서 ‘기재부 전성시대’라는 말이 화제가 됐을 정도입니다. 특히 ‘정권실세’로 불렸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시절에는 기재부 출신들이 곳곳에서 주요 보직을 꿰차면서 타 부처 직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관례보다는 전문성을 중시하는 청와대의 최근 인사 기류도 기재부의 ‘4대 외청 몰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청와대가 검증 과정에서 조직 장악력과 전문성에 비중을 두다 보니 기재부 출신들이 후순위로 밀렸다는 해석입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들은 크게 낙담하는 모습입니다. 기재부의 한 국장급 인사는 “다른 부처는 몰라도 외청에까지 밀리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관가에서는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이뤄졌던 인사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입니다. 이런 반응에는 권력과의 친소(親疏)보다는 전문성과 조직에 대한 이해가 기관장 인사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염원도 담겨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일시적인 바람에 그치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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