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兆 투자한 MB정부 “30兆 회수 했다” 자평… 국감서 수兆 손실 드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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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탐사기획/프리미엄 리포트/거꾸로 가는 해외자원개발]

한국이 해외자원개발을 처음 시작한 건 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을 겪으면서부터다. 세계 각국이 자원 확보의 필요성을 절감한 가운데, 특히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은 해외자원개발에 사활을 거는 계기가 됐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해외투자는 크게 위축됐다가 2000년대 노무현 정부 들어 다시 해외자원개발이 추진됐다. 하지만 가장 본격적으로 나선 건 이명박 정부 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출범 초기인 2008년 6월부터 공기업의 역할을 강화하는 정책을 수립해 해외자원개발에 나섰다”며 “재임 시절 해외자원에 투자한 금액은 26조 원으로 투자 대비 총회수율은 114.8%(30조 원)에 이른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외자원개발에 따른 수조 원대의 손실이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1호로 평가받는 이라크 쿠르드 유전사업은 전체 5개 광구 중 3곳에서 탐사에 실패하거나 탐사권 만료로 철수해 투자비용(1조5500억 원)의 대부분을 날리게 됐다. 광물자원공사는 2조6000억 원을 투자한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에서 448억 원을 회수하는 데 그쳤다. 석유공사가 수조 원대에 인수한 캐나다 하비스트(3조7000억 원)와 영국 다나(3조3000억 원)에서도 각각 1조 원이 넘는 순손실을 봤다.

지난해 11월 석유·가스·광물 3개 공사의 ‘해외자원개발사업 성과분석’ 결과를 발표한 감사원은 “사업성 검토 미흡과 실적 부진으로 다수 사업이 부실화되고, 자원가격 하락까지 겹쳐 공기업의 재무상태가 악화돼 계획된 추가 투자비도 조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3개 공사에 사업매각, 구조조정을 포함한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촉구했다.

무리한 사업을 벌인 이명박 정부 실세와 ‘낙하산’ 기관장에 대한 검찰 수사도 이뤄졌다. 자원외교 특사였던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과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고 각종 비리 의혹도 불거졌다. 검찰은 지난해 무리한 투자로 국고 손실을 입힌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과 김신종 광물공사 사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이 전 의원과 박 전 차관 등 윗선에 대한 책임 추궁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비리가 있다면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를 엄벌하면 된다”면서 “그러나 이런 문제를 침소봉대해 자원외교나 해외자원개발 자체를 죄악시하거나 하지 못하게 막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주장했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국감#이명박 정부#손실#해외자원개발#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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